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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8430 bytes / 조회: 216 / 2023.08.04 13:32
지브리 스튜디오 포스트카드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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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연두색 정체가 궁금하신가요? 궁금한 건 못참으시는 분을 위해, 대용량 포테토칩 파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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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보진 않았지만 100장 맞겠지?

혹시 100장이 궁금하신 분은 amzon.com에 100장을 한 장 한 장 영상촬영한 리뷰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유학 시절 만난 일본인 유학생 Y는 얼렁뚱땅 소울메이트가 된 친구다. 

 

동양인 유학생이라는 특성상 오며가며 얼굴만 익힌 Y와 본격적으로 친해진 건 자동 연장인 줄 알았다가 가을 학기 기숙사 신청을 놓치는 바람에 부랴부랴 급하게 인근 3-room apartment(이 사연도 나중에 기회를 빌어 썰을 풀어보겠음)를 얻어 이사하면서 부터. 이사 이튿날 엘리베이터 앞에서 Y와 우연히 마주쳤는데 Y는 기숙사 연장을 일부러 안 했으며 일주일 전에 같은 층 스튜디오(우리 식 원룸)에 이사왔다고 했다. 이사하게 된 근황을 주고 받던 끝에

(나) 나한테도 얘기해주지!

(Y) 내가 어떻게 알고?

요런 대화가 오갔는데 돌아서면서 생각해보니 Y가 엄청 황당했겠다 싶었다. 뭐하여튼 내가 사람 안 가리는 성격이다 보니 Y와 순식간에 친해졌는데 우리집에서 같이 공부도 하고 요리도 해먹고 이따금 말다툼도 하면서 잘 놀았다. 그러던 어느날 Y가 자기 스튜디오에 식사 초대를 했다. 나는 초대 그딴 거 없이 '이따 우리집에 와' 였는데 여기서 민족성인지 성격인지 차이가 드러난다. 하여튼 모처럼 Y의 스튜디오에서 Y가 만든 일식을 먹고(칼질 하는 거 보고 속터진 썰도 기회를 빌어 써보겠음) Y가 일본에서 소중하게 챙겨왔다는 애니를 봤는데 바로 '이웃집 토토로'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고 자꾸 밑밥을 깔길래 도대체 뭐길래 저러나 했는데 과연 어깨에 힘들어갈만 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까지 숨죽이고 보는데 그대로 TV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줄 알았다. 이후 지금까지 부동의 내 최애니는 '이웃집 토토로'인데 '그 키스도, 구름이 거기 떠 있지 않았다면 벌써 오래전에 잊어버렸을 것'이라던 브레히트의 싯구처럼 토토로가 아니었으면 Y는 지금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낡은 기억이 되어 시간의 틈새로 희미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Y 얘기를 조금 더 풀자면 자칭타칭 도쿄대 천재인 Y는 수학 전공자로 내가 GMAT 책을 펼쳐놓고 있으면 매번 거절하는데도 지치지 않고 가르쳐줄까, 모르는 거 없냐 물었다. 내가 아무리 수학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인간이라지만 설마 중2,3 수준도 못 풀겠느냐만은 자기 공부도 바쁜 마당에 물어봐주는 성의가 고마워 이따금 그래라~ 했다. 

(홈에 스치듯 쓴 적이 있지만)우리 사이에 소울메이트를 먼저 언급한 건 Y인데 하루는 뜬금없이 "You're my best friend"라는 거다. 그리고 자기한테 지금껏 비에프는 나를 포함해 단 두 명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비에프보다 '두 명'에 몹시 감동한 나는 당연하지만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그러자 Y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because you're very funny". 그러면서 자기랑 비에프가 되려면 'very funny'하거나 'very smart' 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된다고 했다. 가끔 나는 생각하기를, 나는 참 성격이 좋구나 한다. 당시에도 funny든 smart든 'very'면 된 거지 하하하 했으니...71.png 

생각해보면 이미 조짐이 있었다. Y의 최애 애청프로가 시트콤 'Friends'였으니 말이다.

 

몇 년 후 축의금 빵빵하게 준비해서 Y의 결혼식에 갔을 때 후배인 신부가 아닌 신랑 측에 축의금 봉투를 내민 이유도 Y가 어쨌거나 나의 best friend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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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장 중 원픽.

어디서 본듯 익숙하신가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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