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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4026 bytes / 조회: 131 / 2023.11.04 20:52
환장하겠네


책장에서 책을 못 찾는 것과,

산 책을 또 사는 것.

 

막하막하라 어느 쪽이 더 멍청한지 논하는 게 우습지만 분명한 건 머리통을 쥐고 신음하게 하는 건 '책을 못찾을 때'라는 거다.

이번 주 내내 책장 앞을 서성이며 <발터 벤야민>(한나 아렌트)을 찾았으나 아직까지 못찾았다. 책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닐테고(집 밖으로 나갔을 확률은 0%다) 도대체 어디에 꽂혀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책장 앞에서 환장하겠네 소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와중에 엉망진창 섞여있는 민음사 세문집을 정렬하고 을유 세문집 띠지도 벗김...71.png 

- 띠지가 표지를 2분할 변색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보이는 족족 띠지를 벗기고 있다.

 

와중에 책장에서 안 보이는 <해럴드 블룸의 독서기술>은 샀는지 안 샀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나서 또 환장하겠네를 연발.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고 내 취향범벅이라고 책을 샀던 것도 같고 안 샀던 것도 같고. 아 진짜 환장하겠네. 환장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이 책이 판권 소멸 사유로 절판되었기 때문이다. 

 

구입한 책을 홈 '오거서'에 기록하기 시작한 건 도서관리앱에 대한 희망을 버리면서부터라 그 이전의 책은 오거서에 기록이 없다. 사정이 그러니 내가 모모 책을 구입했는가 안 했는가 확인하는 순서는 홈검색 - 온라인서점 검색 - 이메일 확인인데 이메일 단계까지 가면 다행히 거의 확인이 되지만 대신 이건 M에게 부탁해야 된다. 부탁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또 내 일로 성가시게 하고 싶지도 않아서 웬만하면 홈과 온라인서점+α 를 빈대잡듯이 뒤지는데 이게 상상외로 중노동이다. 특히 온라인서점은 최근 몇 년만 검색이 활성화되어서 만리장성 첫머리에 선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막막하다는 얘기.

 

해럴드 블룸은 중고책값이 에바던데 가격은 그렇다치고 중요한 책상태를 믿을 수도 없을 뿐더러 블룸 정도면 출판사가 펀딩 등을 통해 한번쯤 복간해줄 것도 같은 (하나도 안 맞는)예감=희망도 있어서 중고샵을 잠시 둘러보다 조용히 백스텝했다. 해럴드 블룸은 명성에 비하면 국내에 초역이 없는 책도 많은데 이참에 초역도 해주고 복간도 해주면 무조건 지갑을 열 텐데 누가 출판사에 푸쉬 좀 해줬으면...

 

차선으로 해당 책 원서를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다. 복간해줄 것도 같고, 책장 어디서 찾을 가능성도 있어 중고책을 사는 것보다 원서를 사는 게 맘 편하다. 다만 요즘 국내책도 안 읽고 쌓아둔 터라 예전처럼 선뜻 원서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나저나 아렌트의 벤야민은 도대체 어느 구석에 숨어있는 거냐... 아 증말 미치겠네ㅠㅠ 

 

 

(+) 책 찾았다. 일요일 오전에 거실 소파에 누워 책을 읽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맞은편 책장 눈높이 칸에서 책 한 권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본능적으로 느낌이 왔다. 저거구나. 책은 해전사 박스 위에 가로로 눕혀있었다. 이걸 모르고 며칠동안 서재만 뒤졌으니 찾을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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