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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4094 bytes / 조회: 293 / 2023.11.05 02:39
일상에 정치가 아닌 것이 있는가


적립금 유효 기간이 토요일까지라 책을 주문해야 되는데 책을 사는 것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어서 쉽지 않다.

어느 날은 사고 싶은 책이 지천이라 줄 세우고 '그래 너부터' 골라가며 결제창으로 보내는가 하면 또 어느 날은 풍요 속의 빈곤을 보는 심정으로 한없이 미적대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는 미적대는 타이밍이었는데 사실 주문하려고 했던 책이 있기는 했다. 경성, 그림, 화가와 소설가 조합인데 온통 내 취향 키워드라 주문 안 하면 이상할 정도. 문제는 그 책이 출간 전에 ㅈㅅ일보 칼럼에 연재되던 글이었다는 거다. 

 

정치병이라고 비웃어도 어쩔 수 없다. 나도 이번에 새삼 깨달은 건데 ㅈㅅ에 대한 내 혐오와 역겨움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뿌리가 깊고 단단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썩 근거가 없는 혐오도 아니다. 그 김훈 마저도 갑툭 괴랄한 칼럼을 쓰게 하는 ㅈㅅ이 아닌가. 혹시 김훈 작가의 일이 없었다면 좀 달랐을까. 글쎄... 그래도 결국 같은 결론에 이르렀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예민하다고? 구글 검색창에 '김훈 ㅈㅅ' 쳐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ㅈㅅ이 '김훈'을 어떻게 찜쪄먹고 있는지.

 

자정 십 분 전까지 결제창을 띄우기를 세 번. 마음이 요동을 친다. 글은 죄가 없다. 그래도 ㅈㅅ은 싫다. ㅈㅅ이 출판한 건 아니지 않나. ㅈㅅ연재라는 배경은 계속 따라다닐 거 아닌가. 

엎치락 뒤치락 하다 결국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일단 균형이 무너지자 불호 요소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중 거스러미처럼 걸렸던 건 서문과 첫 목차에 등장하는 저자의 자기과시였다. 이 책을 사지 않을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고자 하는 무의식이 그렇게 속삭인 걸 수도 있지만 결국 결제창의 도르마무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주문한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이다. 자정 2분 전에 모니터의 분초를 보며 결제하는데 그와중에 카드번호가 틀려서 호흡곤란 오는 줄; 

 

출간일이 11.03. 이다. 진짜 따끈따끈한 신간이라 리뷰도 없고 100자 평도 없고. 김영사는 책이 좀 팔린다 싶으면 기념쇄 무슨쇄 하며 표지갈이를 수시로 하는 출판사고. 그래서 좀 지켜보다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적립금이 소멸되는 급박한 상황에 결국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으로 낙점. 목차에 스티븐 핑커, 히친스와의 대화가 없었다면 이 책도 아마 주문을 보류했을지도 모르겠다만... 근데 주문하고나서 보니 무난히 베스트셀러 진입 모양새다. 나도 주문했지만 검증도 안 된 책의 판매량을 보니 새삼 '네임드란...' 싶다. 

 

저자가 내공이 있으니 괜찮은 책이겠지. 이런 막연한 생각으로 산 책이 또 있는데 황현산 선생의 '밤이 선생이다'가 그랬다. 저자 이름과 장르가 에세이인 것만 알고 아무 정보 없이, 심지어 이때만 해도 '네임드'도 아니었으나 모험을 했는데 결과는 대박이었음.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후 황현산 선생도 네임드가 되었다. 

아무튼 그러니까, 도킨스 선생의 책도 좋은 선택이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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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고민했던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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