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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3277 bytes / 조회: 87 / 2024.02.05 19:03
내 것이 아닌 타인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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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있었던 일. 

웹서핑 중 SNS 세 곳에서 르네 지라르가 등장했다. 정확히는 지라르 인용이지만 어쨌든 유명 연예인도 아닌 철학자를 하루에 세 번, 그것도 전혀 다른 성향의 sns에서 우연히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그렇다고 그날 르네 지라르나 욕망 이슈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 정도면 견물생심의 신이 강림한 거라고 밖에... 그러니 당연히 책을 주문해야지.

 

학계에 욕망 이론으로 유명한 두 사람이 있으니 르네 지라르와 자크 라캉이다. 여기에 번외로 들뢰즈를 들 수 있겠고.

예전에 '이효리의 하루'라는 용어가 있었다. 업계가 지라르의 '모방 욕망'을 성공적으로 이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오렌지 주스로 아침을 시작하고, 미백과 노화방지 기능이 있는 화장품을 바르고 출근, 점심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삼성 폰으로 업무와 친목을 관리하고, 나른한 오후엔 풍미 좋은 커피 한 잔, 퇴근하면 GYM에서 가볍게 땀 흘리고...로 이어지는 하루는 대중에게 일종의 이상적인 'role'을 제시했다. 소비자는 저 일상이 내가 꿈꾸던 일상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이는 광고에 나왔던 상품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효리'는 이후 TV 광고를 장악한 당대 또다른 스타로 대체되지만 '누구의 하루'는 여전히 대중의 지갑을 열게 하는 열려라 참깨다. 

 

인간은 대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욕망의 기저는 학습으로 주입된 것도 있고, 결핍에서 비롯된 보상 심리도 있을 거다. 사회적 동물인 이상 인정욕구와 공감욕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으로선 불가항력의 영역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나의 진짜 욕망과 가짜 욕망, 내 것인 줄 알지만 실은 타인의 것인 욕망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면 자본주의 사회의 노예로 사는 동안은 피해갈 수 없는 개미지옥인 '상대적 박탈감'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르네 지라르의 책을 구입하는 건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폭력과 성스러움』에 등장하는 '희생양'의 심화버전인 『희생양』은 지난번과 같은 이유로 이번에도 주문에서 빠졌는데 굳이 『희생양 』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 책도 어느날 변덕으로 주문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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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중에 날려버린 글을 다시 쓴다. 완전복구는 언감생심이고 그냥 키워드 정도로 정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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