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에게 축하를 전하며 > 설(舌)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설(舌)
- 네 언어의 한계는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by Ludwig Wittgenstein
6138 bytes / 조회: 24 / 2024.10.14 23:42
한강 작가에게 축하를 전하며


20241014234203_be25119f400645f18f8d6191e819d607_nqgf.jpg

 

 

그러니까,  

 

수상 직후 유행의 초절정일 지금 시기에 굳이 나까지 보탤 필요가? 싶었고

지금은 월즈 숭배 시기임! 5쪽이들 숭배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람!

축하하려면 책 사진 정도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책 찾는 게 엄두가 안 나서...(사실 이게 핵심임)

 

등등의 이유로 한강 작가 축하글은 다음 기회로 양보했는데 월요일에 배송받은 김탁환의 신간을 서재에 꽂으려고 갔다가 마침 김탁환의 책 옆에 꽂혀 있는 한강의 소설을 발굴하는 바람에 나도 드디어 노벨문학상 축하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히-

 

사진의 두 권이 전부는 아니지만 서재 정리가 안 끝나서(이젠 그냥 수수방관 상태) 이번처럼 우연히 마주치는 게 아니고서야 어느 책장에 꽂았는지 기억에 없는 책은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수상 소식 직후 서재에 가서 쓱 훑었는데 눈에 안 띄어서 바로 포기했음. 어쨌든 와중에 발굴한 책이 『채식주의자』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 소설은 여러모로 나한텐 할 말이 많은 인상적인 소설이라.

참고로 사진의 두 권 다 초판임. 사진엔 없지만 『내 여자의 열매』도 초판임.  『여수의 사랑』을 뺀 다른 책도 아마? 초판일 것임.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한강이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상을 타기 전까진 국내에서 막 인기있는 잘팔리는 작가는 아니었다는 거. (근데 초판인 게 의미가 있나)

 

사실 책을 찾느라 서재의 미아가 되는 일이 정례 행사라 새삼스럽진 않지만서도, 아까 저녁에도 카프카 관련 책 한 권을 찾아 몇 번을 책장을 샅샅이 훑었으나 결국 못 찾음, 이거 꼭 hwp 문서의 오타 같달지. 분명 오타가 없는 걸 여러 번 확인했는데 거짓말처럼 튀어나오는 오타처럼 분명히 책장에 있을 텐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의문의 책장 월드.

 

 

여기까지 쓰는데 불현듯 카프카를 찾던 와중에 스치듯 본 오렌지색 책등이 떠올랐다.

바로 서재로 가서 찾아온 『내 여자의 열매』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옆에 있었음. 근데 왜 거기에???

(나머지 책도 발굴하는대로 사진을 추가하겠음) 

 

 

20241015021514_be25119f400645f18f8d6191e819d607_kmlb.jpg

 

 

이쯤에서 놀라운 사실 하나.

홈에 한강 소설의 리뷰가 없다...........

이 사실이 왜 놀라운가 하니 단적으로 『채식주의자』는 소설 완독 직후에, 영화 개봉 직후에, 부커상 수상 직후에 때마다 M에게 TTS 리뷰를 했기 때문이다. M은 아마도 이 소설을 세번쯤 읽은 기분일텐데(물론 물어보면 그게 뭔데 할 거다만) 정작 홈에 리뷰가 없으니 어찌 아니 놀라겠는가.

 

추측해보건대 미래의 내게 선물을 주는 의미로 '기록'에 성실하려고 애쓴 지 얼마 안 됐고 아마도 그런 시간 이전에 읽었던 한강 소설의 리뷰가 누락된 듯 싶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노벨문학상은 중국의 찬쉐를 점쳤더랬다. 올해는 아시아권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중국의 찬쉐가 유력하다 싶었고 다음으로 깜짝 이벤트로 혹시 앤 카슨? 했다. 몇 년 전에 한강이 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한강에게도 노벨상의 기회가 오겠구나 스치듯 생각은 했지만 그렇더라도 한참 후일 줄 알았는데 여러모로 파격적으로 놀라운 소식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하는 짤막한 한강 소설 감상_

 

(현 시점 기준) 한강의 소설을 『여수의 사랑』을 위시한 초기작부터 『채식주의자』까지를 전기로, 증언문학류의 『소년이 온다』『작별하지 않는다』를 후기로 나눈다면 전기는 회복의 통로 없이 부식되어 가는 개인 내면의 상처를, 후기는 시대의 비극을 맨몸으로 통과해야 하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다룬다고 정리할 수 있다. 

 

보수적인 스웨덴 한림원의 기호를 가늠하건대 한강이 수상 호명자로 불리우던 순간의 이면에 한강의 후기 소설- 증언문학 경향이 결정적인 몫을 하지 않았을까. 샴쌍둥이가 그렇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숙명처럼 서로의 고통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것처럼 시대의 불행과 비극을 내 것으로 감내하는 개인의 숨죽인 비명은 죽은 혈육의 육신을 묻을 땅 한 칸을 찾아 광야를 헤매는 안티고네의 유령을 불러들인다.

 

재미있지 않은가. 금서로 지정된 두 권이 한강에게 맨부커상과 노벨상을 주었으니 말이다.

5.18 광주를 얘기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한강은 2024년 10월 현재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인 대한민국의 레토릭이 되었다. 

스웨덴에서 날아온 희소식이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402건 1 페이지
설(舌) 목록
번호 제목 날짜
한강 작가에게 축하를 전하며 2 24.10.14
401 박경리 작가의 신간 소식에 즈음하여 24.09.21
400 스탈린의 서재 6 24.09.07
399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24.08.25
398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24.08.09
397 고양이 집중력 2 24.07.05
396 아무말 24.07.02
395 온라인서점 문진 24.07.02
394 체호프/슈니츨러 출간 목록 훑어보기 24.06.27
393 도서관 책 vs 내 책 2 24.06.20
392 책 모양 문진 6 24.05.12
391 인생네권 24.04.24
390 스티키 인덱스 / 책갈피 24.03.01
389 무제 2 24.02.25
388 구간의 추억 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