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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5751 bytes / 조회: 1,269 / ????.03.09 20:23
김화영의 번역수첩


 

 

46년 동안 번역 출판한 책이 100권이 넘는다고 놀라는 저자에게 귀엽다고 하면 실례일까.

 

나는 왜 이렇게 번역에 매달렸을까?

번역, 그 '시작'의 두려움에

나는 늘 숨었다…

 

책 뒷표지의 서문에서 발췌한 문장은 저자나 출판사의 의도가 어떻든 2014년 새움출판사의 '이방인 번역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카뮈'는 어쩌면 저자 본인에게도 족쇄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좋아하는 사람에겐 더 잘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닌가. 게다가 '카뮈-김화영'이 공식이 되다시피 했으니 그에게도 늘 일종의 부담이 따랐을 거다. 그 한 예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이방인 번역' 논란의 한 축이 되기도 했고.

사인회 사진을 통해 본 저자는, 저자 역시 세월의 터널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흔적이 여실해서 왠지 마음이 짠하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좋은 책 많이 써주시길...

 

 

2부 '내 인생의 작가와 작품' 중에서

 

당연하다고 하면 이것 역시 일종의 억압일수도 있겠다 싶지만,

2부는 10개 목차 중 6개가 카뮈다. 그중 첫 번째는 카뮈의 소설을 대표하는『이방인』, 두 번째는 미완 원고였으나 우여곡절을 거쳐 출판되면서 카뮈의 마지막 소설이 된『최초의 인간』.

이중 첫 번째 목차 '나이가 들수록 젊어지는 소설의 번역 - 알베르 카뮈의『이방인』'은 "역시" 싶달까, 저자의 일면을 잠깐 엿본 기분이 든다. 예의 새움 논란 때도 저자는 어떤 대꾸도, 입장도 내지 않았는데(결과적으로 현명한 태도였다), 이번 책의 지면에도 해당 책 역자의 기록으로서의 진술만 있다.

두 번째 목차『최초의 인간 』은 동명의 원고를 카뮈의 딸이 책으로 출판하기까지 과정이 담겨 있다.

 

문단이나 정당의 따라지에게 모욕을 당하고도 입 한번 뻥긋하지 못하는 고상한 직업! 흔히들 품위가 떨어진다고 하는 다른 시대에는 적어도 우스꽝스러워지지 않도록 시비를 걸어 상대를 죽일 권리는 있었다. 물론 그것 역시 바보 같은 짓이긴 하다. 그러나 적어도 모욕을 이보다는 덜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는 것이다.

1953년 10월 『시사평론 Ⅱ』 발표. 이제 목록 작성은 끝났다 - 해석과 논쟁. 이제 남은 것은 창조다.

-pp.358-359 

 

카뮈가 정신적으로 고통과 압박을 심하게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이 메모는 1953년 노트의 기록이다.

 

사르트르-카뮈 논쟁 이후 카뮈는 프랑스 좌파 지식인들로부터 노골적으로 공격받는데 죽음 직전까지 계속되었다고 하니, 본문에도 등장하지만 그의 미완성 유고를 책으로 출판하는 것에 반대했던 당시의 주장에 일견 공감이 간다. 

그리하여 카뮈 사망 후 34년 만에 책이 출간되었다. 짧지 않은 그 시간 동안 결국 카뮈의 마지막 유고를 읽지 못하고 사망한 카뮈의 팬도 있으리란 생각을 하니 뭔가 기분이 묘하다. 

'가능한 읽어라, 읽을 수 있을 때'는 책 안 읽는 M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

세상에는 사소하거나 중대한 이유로 우리가 읽지 못하는 책이 수두룩하다. 문맹, 책 없음. 이 두 가지 조건이 아니라면 읽을 수 있을 때 읽는 것이 십분 백분 '개이득'이다. 안 그럼 너무 억울하니까.

 

여담이지만 로맹 가리의 필명 사건도 그렇고, F.사강의 인생 여정도 그렇고 프랑스 문단은 여러모로 뭍으로 끌려나와 펄떡이는 생선 같달까, 역동적인 인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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