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나의 미국 인문 기행』
하반기(아마도 가을) 출간한다던 '나의 일본 미술 순례' 2권을 기다리고 있던 와중에 선생이 작고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직후에 인문기행 시리즈 세번째 책인 '나의 미국 인문 기행' 예판 소식이 떴다.
바로 예약주문하고 한 달을 기다려 책을 받은 건 지난 달이지만 이제야 업뎃한다.
선생의 부고 기사에 달린 댓글이 잊혀지질 않는다. 빨갱이, 간첩, 잘 죽었네 어쩌고... 댓글을 쓴 자가 기왕이면 늙은 꼰대이길 바란다. 젊은 꼰대라면 너무 답없는 비극이니까.
누군가의 부고 소식에 악성댓글을 달 때는 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을 살았는지 최소한 위키 검색 정도는 해보길 바란다. 타인의 죽음을 조롱하려면 그 정도 성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 땅 어딘가에서 나처럼 숨쉬고 움직이며 살던 한 인간의 연대가 끝났다. 본인에게 해를 끼친 것도 없는데 굳이 사망 소식에 물이끼처럼 들러붙어서 낄낄거리고 조롱하는 짓이 참으로 무가치하다. 왜 사나. 그저 웃지.
'인문 기행'이 시리즈가 될 줄 전혀 예상 못했는데 결국 '미국 기행'까지 3부작으로 마무리 되었다. 아마 선생이 계속 살아 계셨으면 더 나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최소한 '프랑스 기행'은 나왔을 것 같지만 이젠 오직 상상의 세계다.
'디아스포라' 하면 나는 서경식 선생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마 '디아스포라 기행'으로 이 용어를 처음 접했기 때문일 거다. 서경식 선생은 어느날 가족에게 재앙처럼 들이닥친 불행의 목격자로 피해자로 한 시대를 증언하고 버티며 평생 유목민으로 살았다. 누군가는 유흥처럼 내뱉는 '자유'가 선생에겐 평생 어렵고 귀한 소망이었을 터다.
선생의 영면을 바라며 꽃 한송이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