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 『감정의 혼란』
F.피츠제럴드 『행복의 나락』
잡솔_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11월은 온 세상이 피츠제럴드를 읽으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교보 특별판 에센셜, 알라딘 무라카미 콜라보 펀딩, 녹색광선 까지.
피츠제럴드와는 그닥 인연이 없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연이어 읽었던 소설이 『밤은 부드러워』였는데 문제는 이 소설이 많이 별로였다. 너무 별로여서 번역이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의문을 품기는 했지만, 국내 최초 번역인 것만 기억 나고 출판사도 역자도 잊어버렸다. 어쨌든 소설이 너무 구태의연하고 고리타분해서 이후 피츠제럴드에 대한 흥미가 확 식었다. '밤은 부드러워' 경우 새 번역으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있지만 안그래도 읽을 책이 넘쳐나는 마당이라 생각은 그냥 생각으로 남았다.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인데 그와중에 『위대한 개츠비』는 역자별로 5종이나 모았다. 웃기는 건 또 그와중에 김영하 작가의 번역은 쏙 뺐다는 거고.
하여튼 연이은 피츠제럴드 공습에 오랜만에 읽어볼까 고민하면서 고른 책이 녹색광선 『행복의 나락』이다. 번역 얘기가 있어 찜찜하긴 한데 그래도 중간은 하겠지- 무책임한 생각으로 골랐다. 역자 프로필을 보니 별로 안 좋아하는 계열이지만 어차피 피츠제럴드는 번역 관련 잡음에서 자유롭지 않으니 이 부분은 체념+감수하는 걸로.
그나저나 좋은 소리 못 듣는 영미 문학 번역 리스트에 피츠제럴드가 꼭 끼는데 이해가 안 간다. 왤까. 왜지.
그리고 츠바이크.
인물평전과 비평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츠바이크는 심리 소설에서 발군의 재능을 보여주는 작가다. '감정의 혼란'은 비슷한 듯 다른 제목으로 같은 소설인지 다른 소설인지 긴가민가 헷갈리는 책이 집에 있는데 같은 책이라고 한들 녹색광선 책이 하나 느는 거지- 하고 그냥 주문. ...요즘은 그냥 만사 귀찮다.
분명한 건 아직 읽지 않은 츠바이크의 소설을 발견할 때마다 한결같이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