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문집이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를 출간했다.
다른 출판사에서 1년 전에 '미들 마치' 완역이 나왔지만 권 수도 많고 역자가 고령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민음사 출간을 보고 무지성으로 주문했다.
유학 시절 학교 구내 서점에서 샀던 'Middlemarch'.
홈 어디에 에피소드가 있을텐데, 교재를 고르는 걸 도와주겠다고 따라온 H와 책장 앞에서 제인 오스틴을 두고 짧고 굵게 '읽어봤어?' 배틀이 있었다. 그리고 H의 마지막 한 방이 G.엘리엇의 'Middlemarch'였다.
이젠 오래전 일이라 당시 대화 내용은 잊어버렸고 다만 우리나라 교과 과정에서 김소월이라던가 김유정이라던가 필수로 읽는 것처럼 미국 교과 과정에서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가 그런 위치구나 끄덕끄덕 했던 건 기억난다. 여하튼 H가 '미들 마치'를 읽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경투이기도 했고(일종의 신앙처럼 보였다) 어차피 늘 읽는 소설이니까 수험서, 교재와 함께 샀던 책이다.
하지만 오기가 발동해 당장이라도 읽을 것 같았던 이 소설은 결과적으로 첫 페이지를 읽고 책장에서 오래토록 묵히고 있다. 아마 제인 오스틴을 읽은 직후였다면 그 동력으로 조지 엘리엇도 순식간에 읽었을지도 모르나 그 무렵은 19세기 배경의 거실문학을 읽는 재미가 한풀 꺾인 때라 나중에 읽지- 했던 게 지금까지 숙제처럼 남아있다. 이참에 민음사와 함께 차분하게 읽어볼 마음가짐.
페이퍼백의 참사.
나름 책관리를 잘 하는 편이라 자부하지만 책 자체가 가진 태생적인 문제는 관리를 벗어나는 영역이다. 가끔 해외원서처럼 가벼운 페이퍼백을 저렴한 가격으로 내달라 어쩌고 저쩌고 하는 커뮤 반응을 볼 때면 한숨이 나온다. 도대체가 페이퍼백인들 출판사가 책 값을 내리겠느냐고. 페이퍼백은 그것대로 용도가 있다. 한번 읽고 버릴 소모품으로서의 실물이 필요하다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으면 될 일이다. 안그래도 경기가 스태그로 향하는 불황이 이어지면서 유사 이래 늘 불황인 출판업계도 자구책을 찾는 모습인데 그 일환인지 (일부지만)최근 1,2년 내에 나온 신간의 지질은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