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등이 보이는 사진을 찍기 전, 한참을 심호흡 했다. 그리고 이래도 될까 계속 긴가민가하며 반쯤 정신 놓고 (그와중에도)조심조심 책을 펼치고 후다닥 찍고 후다닥 접고 책이 벌어졌나 360도 현미경 관찰하고 생쇼를 함. 두번 다시 이런 짓 안 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원래 띠지가 있었는데 띠지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왕가위 작품세계 30주년 기념 특별판!'
출판사 '모인그룹'은 왕가위 영화의 국내 배급사인데 모인그룹 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올컬러 현장 스틸사진이 책에 수록되었고 책 본문에 왕가위 감독의 인사말도 있으니 출판사가 책에 들인 애정이 보인다. 여러모로 왕가위(영화)와 왕가위(영화) 국내팬을 위한 책이다. 한마디로 소장가치 충분함.
국내 출간된 왕가위의 책은 두 권인데 왕가위/존 파워스 공동 저작인 『왕가위』는 왕가위가 작업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메이킹필름의 텍스트 버전이라면, 『왕가위의 시간』은 동시대 정치,문화,사회적 배경을 통해 왕가위 필름을 한층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해제라고 볼 수 있다. 왕가위 영화를 좋아한다면 두 책 모두 만족스러울 듯.
『왕가위의 시간』은 'Auteur of Times'라는 제목으로 2005년 영어권에서 먼저 출간됐다. 국내에는 2022년에 출간됐으니 무려 17년 만이다. 나는 영화 '동사서독' 텍스트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마존에서 'Ashes of Time'을 뒤지던 중에 이 책을 발견했는데 아마존 카트에 담고는 어느 결에 잊버렸다가 국내 출간 소식을 듣고 진심 반가웠다. 게다가 영어권 도서는 챕터가 '2046'에서 끝인데 국내 책은 세 편이 더 수록되었으니 횡재한 느낌도 들고.
(실제 마지막 챕터는 '단편 작업들과 결론(Mini-Projects and Condlusion'으로 내가 말하는 마지막 챕터는 '필모그래피'를 의미하는 것임)
영어권 도서가 191페이지인데 국내책이 두 배 분량인 399페이지인 건 추가 수록된 챕터 3개 때문은 아닐 거고, 아마도 스틸 사진을 비롯 삽지된 자료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여튼 영어 원서와 번역서를 중복 구입해도 딱히 아깝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이번 '왕가위의 시간'은 원서를 안 사고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