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크M 4호는 제목부터 '박찬욱'이다.
지난주에 드디어 <헤어질 결심>을 봤다. 각본과 스토리북을 사던 호들갑을 생각하면 많이 늦었지만 중요한 건 영화가 기대를 충족했다는 거다. 다만 각본을 먼저 읽어서인지 영상보다 활자로 읽은 엔딩의 충격이 더 강했다는 게 의외였달까. 이 장면이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을까 궁금했는데 분명한 건 감독이 구현한 영상보다 내 머릿속 상상이 구현한 이미지가 훨씬 더 비극적이고 통렬했다는 거다. 추상적 대상의 구체화와 추상적 관념의 구체화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단순히 구현 주체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박찬욱vs나). 결론은 <헤어질 결심>은 영화 외적으로도- 이동진 평론가의 언어를 빌리자면 텍스트 바깥과 안쪽 모두, 재미있는 영화였다.
아직 <아가씨>와 <박쥐>를 보기 전이라 개괄적인 얘기는 어렵지만, 이 두 영화를 빼고 얘기하자면 '헤어질 결심'이 박찬욱의 필모에서 어느 지점에 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다음 영화를 봐야 더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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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중에 '현기증'을 생각하다' 를 보고 반가웠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히치콕을 종종 떠올렸기 때문이다. 표면으로 돌출되거나 터져나온 적은 없지만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신경증적이고 예민한 분위기도 그렇고 러프한 카메라의 시선도 그렇고. 다만 궁금한 건 그것이 의도적인 건지 비의도적인 건지인데 하여튼 이런 연출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기존 박찬욱 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나이브하고 말랑했다. 전체적으로 힘을 빼고 만든 느낌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헤어질 결심'의 장르는 확신의 '로맨스'구나 라고 느꼈다.
-리뷰에 쓸 내용을 여기에 쓰고 있다 참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