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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7060 bytes / 조회: 1,166 / ????.07.31 00:09
중고책 체험






- 만화책은 옥션에서, 소설은 알라딘 중고책 메뉴에서 구입.
둘 다 2002년 출간. 절판에 가까운 품절(정식 경로로 구매불가능)이어서 엄청 고민했는데 파는 분이 책상태를 '최상'으로 표시한 것을 믿고 모험하는 셈 치고 주문. 오늘 드디어 받아서 포장을 뜯는 순간, 이런 기적같은 일이! 했습니다. 사진에서 잘 표현이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말그대로 상태가 '최상'입니다.
아마 대여점용이지 않을까, 최소한 손때는 탔겠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표백한 것처럼 깨끗한 새책이 와서 정말 놀랍고 신기하고 책의 사연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어쨌든 저야 그저 감사한 일입니다. 아니면 운이 좋았던 걸까요. (흐-)


태양을 갖고 싶다 / 오미자, 도서출판 현무

(지금은 없어진듯)'현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로맨스소설입니다. 작년이던가 재작년이던가(가물) 우연히 같은 작가의 <흔적>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흔적>보다 <태양을 갖고 싶다>가 더 좋다는 얘길 듣고 궁금했던 차, 얼마 전에 올해 알라딘에 새로 생긴 중고책 메뉴를 구경하다가 덜컥 눈에 띈 소설이에요. 중고책이라 고민했지만 직전에 중고책으로 구입한 만화책의 상태가 하도 좋았기 때문에 다시 시도했는데 역시 대만족.
마침 읽고 있는 책도 없어서 오늘 받자 마자 바로 펴들고 읽고 있습니다. 지금 절반쯤 읽었는데 소설은 태양 가까이 다가갔다가 뜨거운 태양열에 날개가 녹으면서 떨어져 죽는 이카루스를 연상시키듯,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남자를 첫눈에 사랑하게 된 여자가 우여곡절 끝에 남자의 세계로 들어가지만 여자의 거짓말에 분노한 남자가 곁을 내주지않아 여자가 상처받고 그 과정에서 서로 오해하고 갈등하는 내용입니다. 반복되는 혼잣말과 새로운 챕터가 시작할 때마다 아포리즘처럼 등장하는 문장들이 인상적입니다. 반전을 이루는 몇 장면에선 어김없이 약간의 급격한 비약이 일어나는 경향이 좀 있는데 뒤에서 다시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에 소설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살짝 아쉽습니다.
등장인물에 대해 짧게 평을 하자면 남주는 이해는 가지만 밉고, 여주는 이해는 가지만 밉고, 남조는 이해하고 말고 할 것 없이 꽤 귀엽고, 여조는 이해는 안 가지만 마음엔 듭니다. 잠깐 등장하고 마는 여조와 여조의 남자는 캐릭터가 좋아서 따로 내용을 구성해도 재미있는 얘기가 나올 듯.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흔적>쪽에 점수를 더 주고 싶어요.


흰 드레스의 왈츠 / 치호 사이토

지금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동네엔 자주 가던 단골 책대여점이 있었어요. 그리 크지 않은 가게였는데 배두나를 닮은 주인 아주머니가 책관리를 워낙 잘 하시고(그래서인지 헌책 알러지가 없었음), 만화책이든 비디오든 없는 게 없어서 할머니 광주리에서 곶감 빼먹듯이 정말 열심히 들락날락 했던 곳입니다. 그곳에서 만화책은 루비시리즈를 제외하곤 완결된 것, 완결되지 않은 것 구분없이 아마 시중에 나온 웬만한 만화책은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그때 정점을 찍은 이후 초등학생 때 처음 손에 잡았던 이래로 꺼질 줄 모르고 늘 활활 타오르던 만화 사랑이 점점 식은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니 슬픈 얘기군요. 흑흑)
지금도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들 대부분은 위의 시기에 만난 작가들인데 그래서 요즘은 새로 출판되는 만화를 읽는 대신 그때 좋아라 했던 작가들의 만화를 모으고 있어요. 치호 사이토도 그중 한 작가입니다.
<로맨스 교향곡>(8권)이라는 제목의 해적판(이 무렵만 해도 거의 해적출판물이었지요)은 다시 <원무곡은 흰드레스로>(4권), <백목련 원무곡>(3권)으로 정식 출판되었습니다. 만, 모두 정상적인 경로로는 시중에서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여점에는 아마 있을 듯. 사진의 <흰드레스의 왈츠>는 해적판인데(전체 내용중 전반 절반의 내용 수록) 아마존재팬, 아마존US까지 뒤지다가 마지막으로 옥션에서 발견하고, (중고책이라)고민하다가 주문, 받아보고 대만족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제 책장에 꽂히게 되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의 공통점은 남자 조연이 끝내주게 멋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늘 제발 여주의 사랑의 짝대기가 조연이랑, 조연이랑... 하고 두손 모아 빌면서, 괴로워하면서 읽게 된다는 거예요. <흰드레스의 왈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인도인 혼혈인 사지트보다 고지식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마사오미 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우는 애정의 지렛대 때문에 작가님과 여주인공 고토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재미있는 것은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던지 여주인공이 만화 속에 등장하는 멋있는 남자출연자들 모두와 사랑에 빠지는 특이한 전개를 이 작가님 작품에선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근데 말입니다. 특히 만화책의 경우, 왜 남주를 향한 작가님과 나의 애정은 늘 빗나가는 걸까요. 아님 내가 특이한 건가. 만화책인 경우 거의 대부분, 나는 조연남이 더 좋던데...
참, <네가 없는 낙원>이 완결되었더군요. 갑자기 생각이 나서 검색을 통해 내용을 살짝 엿보았어요. 흐흐흐흐~ 아주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나나>는 언제 끝날런지 끝이 나긴 나는 건지 기미도 안 보이고... 어쨌든 구하고 싶은 만화책도 제법 쌓이고 해서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홍대 한양문고에 가볼까 합니다. 올 여름은 만화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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