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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6594 bytes / 조회: 1,118 / ????.03.14 21:11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자료 볼 것이 있어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는 없겠고, 종합자료실에 들렀다 대출해온 책입니다.
사는 책, 빌려서 보는 책에 구분이 있는가... 하면, 특별히 이건 사서 봐야지, 저건 빌려서 봐야지 하지는 않아요.
일단 정말 읽고 싶은 책은 '구매'리스트에, 살까 말까 고민되는 책은 '고민'리스트에 올립니다. 이 중 고민리스트에 있는 책이 도서관에 있으면 그 책은 대출해서 읽게 됩니다. 물론 내 앞 대출자가 서너 명 안팎 정도로 짐작되는 '상태 우량'일 때 얘기고 상태가 안 좋으면 사서 읽습니다. 그리고 대출해서 읽은 책이 마음에 들면 그 경우도 사서 읽습니다.
- 도서관 책의 상태가 안 좋아서 구매한 대표적인 책은 일본 추리소설 장르이고, 읽고 마음에 들어 (가장 최근에)구매한 책은『헤럴드블룸 클래식』
음_ 그러다 보니 알게 된 내 멋대로 통계인데, 도서관에서 거의 대부분 대출 상태에 있고 따라서 책 상태가 엄청 안 좋은 분야는 일본 추리소설 장르입니다. 소설 쪽 베스트셀러도 마찬가지인데 도서관 대출 순위는 장르 쪽이 절대 우위인 것 같아요. 반면 인문, 철학 쪽은 거의 대부분 '대출 가능' 상태에다 책도 새 책마냥 정말 깨끗합니다. (이 분야는 관심 있는 사람은 사서 읽고, 관심 없는 사람은 읽을 일이 없으니 당연한 얘기인가요;;)

얼마전부터『혼불』을 읽기 시작한 터라 책을 대출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지 않았지만 도서관에서 집어든 책의 상태가 거의 새 책에 가깝게 깨끗하면 고민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라...
아무튼지간에, 사진은, 책장에서 뽑아 올 때는 몰랐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잡식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다섯 권 되겠습니다.

제일 위의『취미는 독서』는 바로 '고민' 리스트에 있는 책입니다. 웹 서핑 중에 우연히 서평을 읽고 구매리스트에 넣었다가 고민리스트로 간 책이에요. 도서관에서 대출한 날 저녁에 앞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 결론은 샀어도 후회는 안 했겠다, 입니다.
잠깐 책 얘기를 하면(다 읽지도 않고 내용 얘기를 꺼내는 건 말하자면 읽으면서 재미있었다는 의미 되겠습니다),
작가 서두에 독서인의 유형이 등장하는데 '편식형', '독서원리주의자', '극성파', '과식형', '착한 독자' 등이 그것입니다 - '일본의'라는 단서가 붙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유형이에요
각각의 유형을 간단히 정리하면,

- 편식형: 좋아하는 분야만 읽는다.
- 독서원리주의자: 책이라면 뭐든 좋다.
- 극성파 : 독서원리주의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줄을 그어라, 소리내어 읽어라 등등 책 읽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 과식형: 머리 속에 일년 내내 책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만나면 책 얘기만 한다.
- 착한 독자: 독서인의 다수에 해당하는 베스트셀러의 주 독자.

위 유형들 중 '취미는 독서'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부류가 바로 '착한 독자'인데, '착한 독자'가 바로 이 책 저자의 대상이자 목적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막상 내용을 들여다 보면 '착한'이 긍정적인 의미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만 하여튼 책을 읽다 보면 절로 작가가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바로 원문이 궁금해지는 대목인데 실제로도 이렇게 유머스럽고 재치있는 문장을 구사할까 호기심이 생깁니다.
아직 앞 일부분만 읽은 책이라 섣부른 얘기인 것 같아 조심스럽스니다만, 또 일본 베스트셀러를 대상으로 '독서일기' 형식을 띤 에세이라 선뜻 권하기가 어렵지만(이런 이유로 저 역시 고민리스트로 옮겼지만), 혹시 시간이 된다면 근처 도서관을 이용해보셔도 괜찮을 듯 싶어요. 대중적으로 입소문을 탄 책이 아니니 다른 도서관도 아마 상태가 양호하지 않을까요?

들뢰즈의『비평과 진단』은, 순전히 '바틀비' 때문에 집어 온 책이에요. 얼마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은 허먼 멜빌의「필경사 바틀비」의 여운이 남은 상태에서 들뢰즈의 비평집을 뒤적뒤적 넘기는데 눈에 쏙- 들어오는 '바틀비'. 더 고민할 것도 없이 대출목록에 추가했고,
그리고『비밀의 아내』입니다. 사실 도서관에서 새 책에 가까운 상태의 로맨스소설을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어인 일로 반짝반짝 새 책이!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이라 기대됩니당~ ㅎㅎ
『벨아미』는 모파상의 장편입니다. 모파상의 소설은 단편 밖에 읽은 것이 없어 깨끗한 민음사의 책을 보고 우왕 감사~ 하면서 집어왔고,
마지막으로『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눈먼시계공』입니다. '눈먼 시계공'은 늘 감탄하는 표현인데, 어느 신학자가 시계공에 의해 시계가 만들어지듯 세계는 신의 의지에 따라 창조되었다는 의미로 처음 '시계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눈먼 시계공'은 어떤 의미일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할 듯 싶습니다.
미드《히어로즈》의 악당(최근 또! 개과천선 했지만) 사일러가 바로 시계공이었지요. 아마 연관이 있지 않을까... 는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요;;, 책장에 있는 도킨스의 책을 다 읽으면 사야지 했는데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잠깐 고민하다가 집어 왔어요. 대출기한이라는 강제성 때문에 도서관 책은 의무적으로라도 미루지 않고 읽을 확률이 크기 때문에..;

이리하여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 쥐고, 코를 훌쩍이며 일요일 저녁을 마감하는 감나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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