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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6434 bytes / 조회: 1,149 / ????.04.13 18:57
두서 없이


1. 25일에 내려가서 7일 밤에 올라왔으니 집에 돌아온 것이 정확하게 보름만이다. 길어야 4,5일이라고 예상했던 이번 부산행은 험난했던 내용만큼이나 머문 날도 길었다.

2. 지난 보름 동안 내내 계산기와 씨름하며 보냈다.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늘 판단을 하면서 사는 게 인간의 삶이긴 하나 보통 때의 판단이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서(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등) 어떤 판단을 하든 개인은 그 결과에 따르는 책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그런데 살면서 판단이 정말 중요한 상황 즉 개인의 판단이 책임으로 직결되는 상황은,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경험상 거의 대부분 상식적인 범위와 정상적인 과정을 거스르며 등장한다는 게 문제다.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상식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건, 정서적으로 신경을 굉장히 예민해지게 만든다. 다행히 일은 잘 마무리 되었고(그렇게 믿고 싶다), 일주일 새 2kg이 빠진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

3.
- 반납기한을 훌쩍 넘긴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들.
- 여행길에 한 권을 챙겼으나 내려갈 때와 올라올 때 책갈피가 같은 곳에 끼워진 책.
이는 모두 이번 부산행에 대해 내가 애초에 얼마나 낙관적이었던가를 보여주는 증거.
상경 다음 날(토요일), 잠시 고민했다.
하루라도 빨리 반납하자. 아니다, 기왕에 늦은 거 그냥 다 읽고 반납하자.
그리하여? 책들은 여전히 방과 서재, 거실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다.

4. 책은, 과연 내게 어떤 의미인가 새삼 생각한다. 눈이 핑핑 돌아가게 정신 없는 와중에도 B의 도움으로 온,오프 서점에서 품절-절판에 들어간 책을 구하는데 성공, 거기에 B가 안겨준 두 권까지 가방에 넣어 낑낑 대며 올라 왔다. 그러고도 모자라 올라온 다음날 하루 푹 쉬고, 이틀째인 일요일엔 지시장과 알라딘에서 정신 없이 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쯤되면 책은 도대체 내게 무엇인가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다.

왼쪽: B에게 받은 두 권.『현대미학강의』(진중권),『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곽아람)
오른쪽: 품절-절판된 책들.『무어의 마지막 한숨1,2』(살만 루시디),『마일즈의 전쟁』(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신들의 사회』(로저 젤라즈니)
품절 혹은 절판된 책들을 구할 때 내가 마지막으로 구원 요청을 하는 이가 B다. 이번 역시 B의 도움으로 구할 수 있었다.


곽아람이 먼저였는지, 요네하라 마리가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함께 내게로 왔다는 거다.
처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노먼 록웰의 '눈에 멍이 든 소녀'(사진). 이 그림은 저자에 의해 '빨강머리 앤'으로 되살아난다. 보너스라고 해야할까, 더욱 좋았던 건 이 책에 최근 읽은 소설 중 내가 가장 열광했던 '필경사 바틀비'도 등장한다는 사실.
추천사에도 있지만『모든 기다림의 순간…』에는 세 가지가 있다. 글, 그림, 글을 읽고 그림을 본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와 소통하는 것이 즐거운 이 책을, 참 아끼면서 읽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5. 방송 3사에서 동시에 새 수목 드라마를 시작했는데 그 중 한 편도 제대로 보지 못 했다는 건 역시 시간적 심적으로 정말 여유가 없었던 지난 2주의 반증.
그나마 흘깃흘깃 본 것이 <검사 프린세스>, 곁눈질로 잠깐 두어 번 본 <개인의 취향>, 집에 오자마자 몰아서 본 것이 <오 마이 레이디>(이건 수목 아님)인데, <신데렐라 언니>가 평은 제일 좋은 것 같지만 그건 전혀 못 봤으므로 넘어 가고, 일단 <검사 프린세스>가 맘에 든다. 발상의 전환이랄까 된장녀 검사라는 인물 설정도 신선하고,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한 최장군의 변신도 신선하고, 박시후의 서인우도 눈에 쏠쏠하게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마검사가 서변과 됐으면 바라지만 어째 분위기가 최장군 쪽으로 흐르는 듯?;;
<오 마이 레이디>는, 성대를 잔뜩 누르고 발성하는 채림의 피곤한 대사를 듣다 보면 그냥 진짜 아줌마 배우를 쓰지..., 싶다. 아줌마는 모두 저런 말투로 말하는가? 에이, 설마~ 주연 여배우가 "아줌마는 이래"라고 보여주려는 아줌마 모습이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느낌이 너무 강하다. 시놉만 두고 보면 분명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6. 최근 승기군의 '사랑이 술을 가르쳐'를 무한반복 듣는다. 승기군은 역시 가수였어...

7. 결론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척 힘들었던 지난 보름에 대한 물적 보상이 필요하다. 이건 비타민과 수면만으로는 충전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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