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독서를 반성하며 > 오거서(五車書)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11784 bytes / 조회: 1,984 / ????.01.14 19:48
평행독서를 반성하며


책이 좋아 책하고 산다네...
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여튼, 원래 한번에 한 권씩 읽습니다. 그런데 여러 권을 동시에 함께 읽는 걸 '평행독서'라고 하던가요,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식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집 여기저기에 책을 늘어놓았더군요.
반성도 하고, 흩어져 있는 책을 책장에 정리하기 전에 현장을 찍어봤어요.




- 연말에 읽기 시작한『삼국지』와『신들의 사회』.
배경으로 보이는 책장은 아직 정리 전이라 책들이 분류가 안 되고 섞여 있습니다.

 




- 영화 보러 간 날, 도서관에서 대출한 가라타니 고진의 책과 박찬욱 감독의 책.

가라타니 고진은 나중에 전작으로 구입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라 충동대출 되겠습니다.
영화 시작 전에『근대문학의 종언』을 잠깐 읽었는데 논문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가독성이 상당히 좋습니다. 명료한 문장이 저자의 의도를 왜곡 없이 깔끔하게 전달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박찬욱 감독의『박찬욱의 오마쥬』는 언젠가 관련 내용을 기사로 접하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눈에 띄어 가지고 온 책입니다. 음, 감독님이 지식인의 서재에도 출연하고, 또 시나리오를 직접 쓰시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막상 책의 두께와 목차를 보니 역시 놀랍습니다. 읽기 시작하고 나서도 이 놀라움이 이어질지 궁금해요.


 



- 침대 옆 협탁에도 한 권.
어느 저녁에,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읽으려고 갖다 뒀더니만 그 날만 빼곤 침대에 눕자마자 늘 바로 잠에 곯아 떨어지는 바람에 진도가 멈춘『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입니다. (이하, '정의')

처음 책을 펼친 것이 10월인데 시기가 안 맞았던지 집중할 상황이 이어지지 않아 어느새 독서가 뒤로 밀려버렸지만, 일단『정의』는 읽기 시작한 직후,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놀랐던 책입니다.

보통 흥행작, 베스트셀러 등의 수식이 붙는 인기 작품의 제일 조건은 (소위)'작품이 통계 그래프의 중간층을 흡수하는가' 인데, 기실 흥행 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운 이유가 그 때문이지요. 너무 어려워도 안 되고, 너무 쉬워도 안 되고. 너무 논리적이어도 안 되고, 너무 관념적이어도 안 되고. 너무 경외심을 줘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만만해서도 안 되고.
이런 측면에서 보면『정의』는 말하자면 중간층을 흡수하기엔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버드대 교수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 마이클 샌델의『정의』는 '벤담의 공리주의'부터 출발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인문 분야의 이 책이 벌써 몇 주째 '베스트셀러' 상위에 있는 현상입니다. 제 경우 전공과 이어지기 때문에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내용이 비교적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사실 이 책은 독서 자체는 썩 재미있지는 않거든요. 

다만 이런 책의 재미 혹은 장점이 기존의 상식을 허무는 지적 논란 거리를 던져 주는 것에 있다고 볼 때,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 전반이 겪고 있는 도덕 정의의 혼란과 샌델 교수가 던지는, 결국은 '개인의 도덕'으로 귀결되는, 문제 제시가 '통'한 것이 베스트셀러의 요인이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만.

하여튼 좋은 책이니 한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책은 샌델 교수의 강의를 30분으로 압축한 동영상 CD가 부록으로 같이 오는데, 지난주부터 EBS(월-수, 11:00 pm)에서 방영하고 있으니 그걸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참, EBS에서 방영하고 있는 강의를 잠깐 봤는데 책 내용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그녀에게 말하다』입니다.
이번 도서관 대출의 원흉이지요. 아, 그렇게 말하면 진짜 원흉은 이동진 기자님이라고 해야겠군요.
며칠 전에 간만에 즐겨찾기 서핑을 하다가 기자님 블로그에도 갔는데 거기서 이 책을 봤거든요. 책은 <씨네21>의 김혜리 기자가 쓴 인터뷰집입니다.

이동진 기자님 블로그에서 글을 읽다가 웃어버린 순간이 있었는데, 모 온라인서점의 구간 무조건 반값 이벤트에서 마흔 아홉 권의 책을 사고 다음달 카드 청구서를 받고 좌절했다는 그런 얘기였어요. 전 저기서 세 권 더 샀습니다. CD 없이 책만 샀으니 출혈은 아마 기자님이 더 컸으리라 추측됩니다만, 그래도 좌절은 똑같습니다. 이 죽일놈의 견물생심...OTL


 



- 성경필사 중인 상 위에도 어김없이 쌓여 있는 책입니다.
아래 알록달록한『사우스 브로드 South Broad』는 인터파크 헌책방 이벤트 때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샀는데, 이게 좀 안습인 것이, 첫 장부터 어이없는 오타가 줄줄이 등장합니다. 역자의 문제인지 편집자의 문제인지. 하여튼 계속 읽어야 하나 불안감이 들 정도이니 말 다 했습니다.

그리고 펭귄의 원서들. 거의 1년 가량 yes24와 교보온라인에서 균일가 할인을 하고 있습니다. 번역된 책도 안 읽은 것이 잔뜩 쌓여 있는데 하물며 원서를 언제 읽을까, 과연 읽는 날이 오기나 할까 싶어 계속 외면했는데 눈 앞에 동동 떠다니는 균일가의 유혹을 못 이기고 결국 항복하고 말았어요. 막상 사려고 마음 먹고 나니, 품절된 셰익스피어의 '4대 희극'이 아쉽습니다.

 









-『아발론 연대기 세트』인데 알라딘에서 반값, G시장은 약 55% 할인 행사하고 있어요.
SF와 판타지 소설을 모으면서 북유럽 신화와 켈트 신화에도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행사 소식을 듣고 바로 질렀어요.
대형 출판사라 할수 있는 민음사의 '황금가지'가 책의 만듦새 측면에서 질이 많이 떨어지는 반면 북스피어는 책을 참 정성스럽게 열심히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SF나 판타지 장르는 시장이 작아서 요즘 출판사가 많이 힘들다고 하던데 다들 어려운 시기기만 잘 헤쳐나갔으면 싶어요.


 



- 균일가라 가격은 다 똑같은데 책 두께는 극과 극입니다.
양과 질의 문제는 아마 인류 최후의 시기까지 따라다닐 고민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 펭귄 원서 옆에 떨어져 있는 걸 같이 찍어 봤어요.
감기를 거의 3주 정도 앓았더니 거실 바닥이 온통 DM지와 영수증 투성이가 되어 버렸는데, 그중 연초에 날아온 루이비통 DM입니다. 음, 사진의 빨간 가방이 예뻐서 주변 2인에게 물었더니 반응이 시원찮네요.




- 오늘 저녁에 도착한 펭귄 원서. 이번에 모두 열두 권을 주문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배송이 제각각입니다. ㅠㅠ 아직 오스카 와일드의『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한 권이 덜 왔어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을 'Mother died today.'로 시작하는『이방인』을 꼽는데, 북미에선 'Call me Ishmael.'로 시작하는『모비딕』이 유명하더군요.
그나저나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이라고 자부하는데, 이 소설『모비딕』만큼은 어렸을 때 읽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알쏭달쏭 입니다. 고래를 쫓는 선원들의 이야기를 분명 읽은 것 같은데 그리고 제목도 '모비딕'이었던 것 같은데 막상 세부 내용은 도통 기억이 오리무중입니다. 오히려 '모비딕'하면 길 그리섬 반장이 자동으로 떠오릅니다만, 뭐, 기억 안 나면 안 읽은 거나 마찬가지겠지요.
책을 받자마자 저녁에 잠깐 첫 장을 읽어 봤는데, 음, 문장은 대체로 쉬운 편인데 다만 굉장한 장문이더군요. 읽다가 숨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어쨌든 이번에 구입한 펭귄 원서 중『모비딕』만큼은 꼭 읽어야지 작심하고 있습니다.
아래 두꺼운 책은 톨스토이의『전쟁과 평화』입니다. 책을 꺼내는 순간 든 생각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던『안나 카레니나』를 안 사길 잘 했다, 였어요.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648건 3 페이지
오거서(五車書) 목록
번호 제목 날짜
평행독서를 반성하며 ??.01.14
617 인문서 外, 민음 북클럽 선물 ??.03.26
616 랭보 그리고 보들레르 ??.06.04
615 모비딕, Moby Dick ??.06.07
614 최근 책 지름 2 ??.06.25
613 슬램덩크 外 ??.07.02
612 창비와 알라딘과 S의 ??.07.29
611 2011년 여름, 책장 1 ??.08.08
610 S.베케트, 존 르 카레 外 ??.08.31
609 개벌든 Outlander 시리즈 ??.11.09
608 2011년 연말 책 ??.11.30
607 2011 민음사 패밀리 세일 ??.12.14
606 2012년 민음 북클럽 도서 ??.03.25
605 <말하라, 기억이여> 外 부커상 수상작 두 편 ??.04.09
604 [옥션 특가] 공자, 장자, 맹자, 노자 평전 ??.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