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라, 기억이여> 外 부커상 수상작 두 편 > 오거서(五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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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6448 bytes / 조회: 1,503 / ????.04.09 13:18
<말하라, 기억이여> 外 부커상 수상작 두 편








- 나보코프의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입니다.






『롤리타』가 워낙 좋았는데 그 여파인지 그의 다른 저작은 볼 생각을 안 하다가 절판에 가까운 품절로 뒤늦게 구하느라 힘들었던 책입니다. 이런 심리는 뭘까요. 읽은 책이 아주 좋으면 작가의 다른 저작에 손을 뻗는 게 당연한데, 더군다나 저는 전작주의인데도 불구하고 가끔 이런 습관을 비켜가는 작가가 있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작가로는 아고타 크리스토프도 그런 경우였고...
여튼, 러시아인으로 태어나 볼셰비키 혁명 이후 유럽을 떠돌다 미국에 망명한 이력을 보면 영문으로 씌어진 소설 속 그의 유려하고 아름다운 미문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런 미문은 그의 자서전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원제는 <Speak, Memory>이고, 첫 문장은 '요람은 심연 위에서 흔들린다'(원문: The cradle rocks above an abyss,…)로 시작합니다.




- 마이클 온다치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



영화를 볼 때, 평균 90분 정도 되는 런닝타임 내내 감동을 받거나 재미있거나 슬프지는 않거든요.
but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중 어느 찰나 정서의 오감 중 한 부분을 치고 들어오는 지점이 있는 영화가 있는데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그런 영화였어요. 연인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 정말 모든 것을 내던진 알마시가 어두운 동굴에서 홀로 자신을 기다리다 죽어간 연인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장면은 이 영화를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게 만드는 여운을 던집니다.
('조제, 호랑이-', '빌리 엘리엇'도 같은 예고요)
문득 이 영화가 생각나서 온라인 서점에 접속, 검색을 하니 원작이 소설이더군요. 게다가 부커상 수상작이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50% 할인까지. 이쯤되면 안 살 이유가 없지요. 이쯤이 안 돼도 샀을 책이지만.
책을 받은 날 살짝 훑었는데 영화에선 거의 엑스트라급 조연으로 보였던 한나(소설. 해나)의 비중이 소설에선 매우 큽니다. 영화와 원작의 차이가 얼만큼일까 궁금해지는 대목...
:: 덧. 친구에게 책 얘기를 하다 영화 얘기로 넘어가면서 문제의 장면을 얘기하던 중에 그만 목이 메고 말았다는 여담입니다. 인정합니다. 제 눈물은 그냥 물이에요, 물.




-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원제와 번역 제목의 갭이 좀 있습니다. 만. 이건 뉘앙스에 예민한 내 취향이겠고,
지금 읽고 있는 줄리안 반스의 신간이에요. 줄리안 반스는 이름에서 풍기는 프렌치한 느낌 때문에 늘 독서목록에서 제외했던 작가였는데, 2011년 부커상(영연방 영문소설에 주는 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다시 찾아 보니 영국인이군요. 뒤늦게 작가의 국적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이 소설을 구입한 데에는 역시 띠지의 화려한 홍보에 얼마간 낚였음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이런 쓸데없는 사설이 길어지는 이유는 첫 몇 페이지가 거의 현학적인 만담으로 채워져 있어서인데, 현학적인 만담도 맥락만 있으면 나름대로 즐길 여지가 있겠으나 이 소설의 경우는 불행히도 그런 맥락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앨릭스가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을 읽었다면, 에이드리언은 카뮈와 니체를 읽었다. 나는 조지 오웰과 올더스 헉슬리를 읽었다. 콜린은 보들레르와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어디까지나 도식화자면 그렇다는 거다.
그렇다. 당연히 우리는 허세덩어리였다. - pp. 22-23

한 예로 위 인용과 같은 문단과 마주치면 도대체 이 서술이 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는 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앨릭스가 푸코를 읽고, 에이드리언이 카프카를 읽었대도 아무 상관 없는 이 서술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당연히 저 소년들은 허세덩어리이겠으나, 그렇다고 작가가 허세덩어리라는 얘기는 아닐 테고...
반전이 있다고 하니(책을 덮고 나면 다시 앞 장을 펼치게 되는), 일단은 묵묵히 마지막까지 읽어봐야겠어요.

:: 해외소설은 아마존닷컴의 평도 곧잘 참고하는데, 문득 궁금해서 아마존에 접속했다가 첫 리뷰의 첫 문장에서 기겁하고 창을 닫았어요. 문제의 첫 문장은 'At 176pages,…' 였어요. 뭔가 스포의 향기가 풍기지 않나요?
그나저나 영화로 개봉한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도 영화를 보기 전에 얼른 읽어야 되는데 느는 건 게으름이요, 없는 건 그저 시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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