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잎을 뜯고 박스를 열다 말고 다시 박스를 덮고 찍은 사진.
토요일(20일)부터 현관에 방치되어 있던 인터파크도서 박스인데 최근 부산에서 박스를 한무더기로 보내왔고, 또 연일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주문해대는 데다, 책 말고도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저런 택배를 받다 보니 현관에 박스 하나쯤 돌아다녀도 으레 빈 박스려니, 소 닭 보듯 하던 요며칠...
오후에 놀러온 동친을 보람차게 부려먹을 겸, 쌓여 있는 재활용품들을 치우려고 이것저것 주워담고 현관을 나서기 직전,
동친 "(문제의 박스를 들다 말고) 안에 뭐가 들었는데?"
나무 "빈 박스 아냐?"
동친 "(박스 테잎을 열고 안을 확인) 책인데?"
나무 "주문한 적 없는데..."
동친 "(불신 가득한 눈초리로) 니 이름 맞는데?"
나무 "(억울하다) 책을 봐, 일본미스테리는 내 취향 아니거든?"
동친 "주문한 책이랑 바뀐 거 아냐? 확인했어?"
나무 "아.니.거.든."
재활용품을 수거함에 버리고, 거실에서 동친과 마주 앉아 박스를 열어 보니 역시나 책.
동친은 무서운 목소리로 "인팍에서 주문한 책, 제대로 왔는지 다시 확인해"라고.
대충 이런 과정을 거쳐, 두 시간여 만에 책의 정체를 알았다.
해당 사이트에서 <369 발자국레이스>라고 하여 8월 한달 간 신간을 구입하고 발자국(도장)을 찍으면 한달 뒤에 발자국 갯수x1000p 적립금을 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적립금 증정 외에 럭키백 추첨도 있었고 바로 그 럭키백에 당첨된 것. 사실 럭키백은 전혀 기대 안 했는데 왜냐하면 31일을 다 찍은 사람만 해당되는 줄 알았기 때문. 그나저나 터진 현실웃음을 어찌할꼬. 내가 워낙 횡재수 이런 거랑 인연이 없는 인생이다 보니 우연히 콩 한 쪽만 떨어져도 완전 감동받는 인간이라 저녁내내 햄뽂았다. 내겐 말그대로 럭키백인 셈. 그런 너를 나흘이나 문간신세를 지게 하다니 미안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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