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하고 외치지는 않았지만,
"진짜? 정말? 헐, 대박!"... 외치기는 하였다.
국내에 번역될 거라곤 정말 상상도 안 했고 기대도 안 했기 때문.
할란 엘리슨 시리즈를 아마존 카트에 담아놓고도 결제를 계속 미룬 건 장르 때문인데 SF나 판타지는 원서를 읽는 게 까다롭달지 성가시달지 하여튼 어렵다. 국내 절판이거나 미번역 SF소설은 읽고 싶은 열망에 원서를 사기는 하는데 사놓고 그냥 안 읽는 수준. 외국어 사용자가 삼국사기나 춘향전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할란 엘리슨은 번역이 될 것도 같고 안 될 것도 같고... 이 정도 급이면 해주는 게 맞는데 워낙 국내 SF시장이 돈 안 되는 불모지라 안 해줄 것도 같고. 긴가민가 했다. 그럼에도 최근 부쩍 아마존에 접속할 때마다 카트를 털까 말까 고민하던 터라 국내 출간이 조금만 더 늦어졌어도 카트에서 대기 중인 미시마 유키오와 함께 주문했을 것.
여담인데, 할란 엘리슨이 영화 <터미네이터> 제작진(감독)과 저작권 문제로 다툰 걸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나는 할란의 저작권 소송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할란의 표절 제기가 설득력있고 다음으로, 돈 때문에 그런다고 비난하기엔 할란의 이름값이 아깝고 그의 작가적 자존심에 비추어봐도 그건 모욕적인 얘기다 싶다. 제임스 카메론이나 헐리우드 제작 시스템이 그렇게 물렁한 환경도 아니고, 그럴만 하니 합의금을 주고 크레딧에 원작자로 표기를 추가했겠지. 하필 저작권에 극도로 유난한 양반과 표절 시비가 일었으니 카메론도 운이 별로였던 듯.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이지만, 저작권 쪽으로는 순수문학보다 장르문학 쪽이 훨씬 민감한 것 같다. 아마 필력을 이기는 개취가 소비의 절대적인 1순위 잣대라 그런 걸지도.
어쨌든 소리소문소식 없이 내준 아작에게 감사.
비록 러프컷 같은 절단면에서 먼지가 계속 떨어지지만 읽을 수 있으면 된 거지. 이 가격에 해외 페이퍼백을 의심케하는 재생지 같은 거친 지면이라니 섭섭하지만 읽을 수 있는 게 어딘가. 가격은 또 왜 이리 비싼가 눈이 뾰족해지지만 그래도 읽을 수 있어 다행이지.
오랜만에 참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짓을 했다. 할란 시리즈 이벤트로 '살려줘' 북마크 3종을 다 모으려고 세 권을 각각 따로 주문한 것.
아작 도서 1권 이상 주문시 북마크 1개 증정 이벤트 중인데 책을 주문하고 결제 단계로 들어가면 이벤트 선택란이 등장한다. 그런데 한 권이든 세 권 세트든 고를 수 있는 건 무조건 북마크 1개다. 그러니 살려줘 세 개를 받으려면 세 권을 각각 따로 주문하는 손품을 팔아야 한다.
4색 중 랜덤발송인데 같은 색을 보낼까봐 은근 신경 쓰이더니 다행히 물류쪽 직원이 센스가 있는지 출판사 전달 사항인지 책 표지(and 띠지)와 같은 색상으로 보내줬다.
북마크답지 않게 너무 두꺼워서(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두껍다) 막상 실제로 사용할 것 같지는 않지만 예뻐서 여러 각도로 찍어봄.
아니, 근데 책은 세 권인데 북마크는 왜 4색인 거냐.
그럴거면 '세트 구입시 4종 북마크' 이런 기획이어야 하지 않음?
9개 있으면 10개를 채우고 싶어하는 경도강박증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