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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五車書)
- 다섯 수레의 책
7889 bytes / 조회: 1,182 / ????.04.18 02:46
김용익『꽃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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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책 카테고리에 딱 한 권 등록된 걸 누가 채갈새라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주문했다.

책 정가의 2배가 넘는 돈을 결제했지만 절판된 책이라 고민의 여지가 없을 뿐더러 상태가 '하'여도 주문할 판에 무려 '최상'이니 그저 감지덕지.

참고로 나는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가격 프리미엄을 혐오한다. 그건 우선은 소비자에게, 다음은 작가에게, 장기적으로는 시장 전체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그렇지만 절판되어 출간이 기약 없는 책이라면 사정이 또 다르지.

 

책을 배송받았을 때 솔직히 살짝 빈정이 상했다. 박스는 고사하고 안전봉투도 아닌 달랑 비닐이라니...(화면엔 없지만 검정 비닐을 두르고 왔다.)

비닐을 뜯으니 종이포장이 나온다. 그래, 그래도 한겹 둘렀구나. 그리고 종이를 뜯으니 다시 비닐. 아, 그래도 신경은 썼구나. 상했던 마음이 슬슬 풀어지고, 반쯤 체념했던 책 상태는, 운이 좋았는지 어쨌는지, 다행히 손상된 곳 없이 양호하다.

게다가 책상태 등급은 어디까지나 판매자 기준이므로 책을 직접 확인할 때까지 오리무중인데 실제로 받아보니 '새것에 가까움'이 아니라 새 책이었다. 05년 초판이라 깨끗이 포기했던 세월의 흐름마저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양장 겉표지가 책면에 밀착되었고 빳빳한 것으로 보아 출간 후 한번도 펼쳐지지 않았음도 미루어 알 수 있다.

아이고, 나한테 오려고 너 그렇게 숨죽이고 기다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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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의 내용을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

작가의 이름과 작품이 어찌하여 이토록 생소한가, 의문과

언어의 힘은 국경이 없구나, 감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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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꽃신>의 영문도 수록되었다.

뒤늦게 서점에서 확인해보니 목차에 영문 수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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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연도 2005년, 초판.

메이저 출판사에서 김용익의 전 작품을 엮어서 재간해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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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를 벗은 모습.

가끔 띠지가 계륵, 공해라는 생각을 한다.

버리자니 아깝고, 놔두자니 무쓸모고.

 

 

단편집이다. 

표제작「꽃신」은 배경과 내용은 김유정, 소설 전체의 정서는 박완서 '그 남자네 집'을 연상케한다.

한편 작가가 문학을 했던 내외적 배경은 영어로 소설을 썼던 러시아 작가 나보코프를 떠올리게 하는데 두 작가의 공통점은 남의 나라 언어로 더없이 아름다운 문장을 썼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그대 발 아래 고운 천을 깔아드리겠다는 내용 때문인지 예이츠의 '하늘의 천'도 떠오르고.

이러니 내가 이 소설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있나.

두 배 아니라 네 배의 값을 치르고라도 책을 샀을 것이다.

 

'꽃신'을 읽고 너무 좋아서 M에게 전화로 쫑알쫑알했다.

그랬더니 M이 흔한 줄거리 아니냐고.

이어 나는 당연히 김유정이나 '봄봄'을 거론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춘원 이광수의 이름이 나온다.

책 안 읽는 M의 극단적으로 빈약한 독서 리스트는 아이러니하게도 남들 잘 안 읽는 작가와 책으로 채워져있다. 그리고 오늘처럼 '이광수'가 나오면 나는 막 당황하고. 내가 모르는 작가 혹은 소설을 M이 얘기하면 나는 매번 오라를 받는 죄인의 기분을 느낀다. 정작 반대의 경우에 M은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데.

 

책을 구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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