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내가 스물 초반이었다면 책이 출간되지마자 주문했을 거다. 희미하지만 홈피에도 출간되기만 하면 살 거다, 라고 쓴 글이 있을 거다. 이 대작의 완역이 이제서야 쏟아진다는 게 시원섭섭하달지.
문동이 양장본 출간을 중지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좀 더 미루었을지도 모르겠다만, 지금도 빠르진 않지만, 이러다 양장본 절판이라도 되면 속상할 것 같아서 그냥 추석 전에 주문했다.
장바구니에 담은 지 좀 됐는데, 주문을 미루면서 늘 했던 생각은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차이.
귀족의 글쓰기와 시정잡배의 글쓰기의 차이랄까.
도끼 본좌를 '시정잡배'에 비교하면 여기저기서 돌 던질 사람도 많겠다만, 사실 도끼의 이름을 빼고 행적만 놓고 보자면 시정잡배가 맞다. 이런 걸 보면 재능이라는 게 '왕후장상의 씨'처럼 사람 봐가며 과녁 맞추듯 잘 겨누어 떨어진 게 아니라 무작위로 뽑았는데 우연찮게 맞은 '로또'인가 싶기도 하고.
노파심에 첨언하자면 나는 도끼 본좌의 열혈팬이다. 아주 예전에 홈에도 썼던 것 같은데 나는 초딩 때 이미 '도끼가 최고' 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톨스토이 문학에 갖고 있는 불만은 그의 종교적 신념이다. 작가가 지나치게 종교적이면 작가의 글은 어쩔 수 없이 교조적인 목소리가 스미기 마련.
하고 싶은 말은,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세계가 두 사람의 환경만큼이나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 톨스토이는 문학 밖의 목소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도스토예스키는 문학 밖에서만큼이나 문학 안에서도 자유로웠고. ......뭔 소리야;;;;
문학이 반드시 교훈을 줄 필요는 없다. 교훈은 독자의 몫이다. 작가가 목적 의식을 갖는 순간 문학은 고루해진다.
언제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TV에서 <전쟁과 평화>를 본 적이 있는데 오드리 헵번, 헨리 폰다, 멜 페러 주연의 아주 오래전 영화였다(흑백영화였던가 싶다).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다른 건 잊어버렸고 안드레이가 개죽음을 당한 건 나타샤 때문이라며 나타샤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덩달아 피에르까지 미워했던 기억만 남았다. 이 기억은 지금까지도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