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름다운』
『지속의 순간들』
『인간과 사진』
번역과 관련하여 지속적인 불만 제기가 있었는데 그때문인지 제프 다이어의 책이 한 권씩 절판되더니 어느날, 그러니까 지난 3월 5일 을유가 벼락처럼 제프 다이어의 신간을 그것도 무려 세 권이나 내놓았다.
대선 스트레스로(정확히는 대선 여조 스트레스로) 2월에 책을 무더기로 산 탓에 당분간 책소비를 멈춰야겠다던 결심은 신간 소식을 접하는 순간 공기방울처럼 퐁퐁 터지고 바로 카트에 담고 주문했다.
재즈 에세이 『그러나 아름다운』은 재즈 칼럼니스트가 번역한 재간이고 나머지 두 권은 국내 첫 번역인데 역시 주제 관련 전공자가 번역을 맡았다.
책이 예뻐서 여러 각도로 막 찍어봄. 이런 게 실물을 영접하는 맛이지.
『지속의 순간들』
우리는 보통 표지를 넘기고 첫 장을 읽은 뒤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독서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게 읽기를 권한다. 다음과 같이.
1. 빠르게, 그러나 너무 빠르지는 않은 속도로 책장을 넘기며 사진을 훑는다.
2. 1번을 몇 번 반복한다.
3. 이제 보통의 독서를 시작한다.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이 과정에서 사진의 리듬감을 느꼈다면 『지속의 순간들』을 더 풍부하게 읽을 기반이 마련됐다. 리듬감은 반복되는 피사체 때문에 생기고, 반복되는 피사체는 이 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책 안에서 반복되는 눈, 등, 모자, 계단, 이발소, 시각 장애인을 만난다. 언뜻 보면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똑같이 눈을 감고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는 시각 장애인을 찍은 듯한 두 사진은, 한 사진가의 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한 명은 시각 장애인이 아닐뿐더러, 같은 사진가가 찍은 것도 아니다. 하나는 에번스가, 하나는 케르테스가 찍었다. 만약 누군가 장난으로 에번스의 사진에 케르테스의 이름을 써 놓는다면 눈 밝은 독자라도 헷갈리기 쉽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출판사 제공)
왼쪽> 번역서
오른쪽> 원서
『그러나 아름다운』이 절판이던 때 번역 얘기가 많아서 중고책은 포기하고 구입한 원서 『BUT BEAUTIFUL』.
두 권을 나란히 놓고서 보니 왠지 뿌듯하다. 이러니 실물의 물성을 어떻게 포기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