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함께 한정판 세트인데도 애초에 '브람스' 한 권만 샀다. 사면서, 홈에 글을 올리면서 생각했다. 결국 『마음의 심연』도 사겠지. 두 권 세트인데 네가 한 권만 산다고? 웃기시네......
『마음의 심연』은 사강의 마지막 소설ㅡ, 이라기 보다는 유고 소설이다. 이름난 작가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스토리인, '서랍 속에 박혀있던 미완성/미발표 원고를 가족 누군가가 발굴해 출간'한 배경을 가진 소설인데, 결론만 말하면 나는 이런 배경을 가진 소설을 안 좋아한다.
카뮈 『최초의 인간』은 작가가 도중에 불의의 사고로 삶을 마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미완성이 된 소설이지만, '내 사후에 원고를 다 태워라' 유언까지 남겼는데도 굳이 원고를 박박 끌어모아 거기에 편집자와 가족이 가필을 하여 기어이 출간하는 이유를 나는 도통 모르겠다. 공익 때문이라고? 누가 그걸 믿겠나. 내가 작가라면 무덤에서 관뚜껑 열고 튀어나올 듯.
하여튼 그놈의 돈이 문제다. 언제나. 늘.
마르크스가 '독재'를 예견하지 못하여 사회주의가 공산주의로 가지 못하고 수정사회주의로 방향을 틀었지만 그렇다고 사회주의의 실패가 자본주의의 성공을 웅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는 형식에서 실패했고 자본주의는 내용에서 실패한 차이일 뿐.
어쨌든 사강 사후 십여 년 후 서랍 속에 깊숙이 묻혀있던 미완성 원고를 사강의 아들이 발굴했고 어찌저찌 여차저차 소설의 모습을 갖추고 세상에 나왔다.
세트의 나머지 반쪽이라는 이유 말고도 이 책을 구입할 결심을 한 건 어느 리뷰어가 발췌한 '그는 미쳤고, 나는 음란해' 를 보고서. 사실 사강의 불륜남녀들은 대개 한쪽은 미쳤고 한쪽은 음란하다. 책 띠지의 표현처럼 그야말로 '사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