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의 사진집 『영원히 사울 레이터 Forever Saul Leiter』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All About Saul Leiter)』 이후 두 번째 사진집인데 출판사 책 소개와 리뷰를 훑으면서 굳이 두 권을 다 살 필요가 있을까, 고민을 제법 오래 묵혔다. 그러다 이 책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혹여 절판되면 짝 잃은 외기러기 보는 느낌일까봐 결국 주문했다. 여기서 '결국'은 어쨌든 아직 재고가 시퍼렇게 살아 있을 때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주문했다는 의미임. 첫 사진집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은 절판이어서 원서를 구매했기 때문에 더 이런 마음이 드는 걸 거다. '비록' 원서를 구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간되었지만..., 아마 나처럼 책을 찾는 수요자가 많았던 모양. 내 경우는 아니지만, 갑작스런 수요는 아무래도 영화 <캐롤>의 영향도 있었을 거고.
국내에서 <캐롤>의 수혜를 입은 또 한 사람이 있다. 비비안 마이어인데 절판된 사울 레이터를 여기저기서 수색하는 동안에도 웬일인지 비비안 마이어에겐 관심이 안 갔다. 아마추어의 눈에 레이터와 마이어의 차이가 딱히 뚜렷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와중에도 마이어는 관광객이 그러하듯 세상이 전시하는 모든 사물에 렌즈 초점을 맞춘 느낌이라면, 사울 레이터의 사진은 티끌 만한 한 조각이라도 서사를 읽는 느낌이 든달지... 그런 기분의 차이에서 기호가 갈렸다. 물론 이런 차이는 사울 레이터는 사진마다 덧댄 짧은 코멘트로 얼마쯤은 에세이스트의 느낌을 받은 영향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사적 감상일 뿐이고, 비비안 마이어가 뒤늦게나마 이렇게 조명받는 걸 보면 분명 대중의 뭔가를 건드리는 매력이 있을 거다. 다만 내겐 아직 그 매력이 도달하지 않은 것 뿐이고.
두 권을 나란히 놓으니 헤어졌던 짝을 만난 한 쌍처럼 예쁘다.
안 샀으면 후회할 뻔...
내용도 만족스럽다. 혹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질러도 좋다. 겹치는 사진도 있지만 어쨌든 사울 레이터의 다른 책이다.
이중표지를 벗기면 이런 컬러가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