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는 완역을 기다린 책인데 북인더갭판으로 읽을 줄 알았더니 갑자기 여러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면서 다양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쉬운 점은, 이 장편 소설이 독자에겐 불운하게도 미완이라는 것이다.
책 소개 중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 '사유하는 주인공, 에세이즘의 탄생'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는데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지만지)을 완독한 후 느꼈던 감상이 딱 이랬다.
'생도 퇴를레스'를 읽을 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왠지 모를 불편한 기분이 따라다녔는데 아마도 그 기분의 정체가 '모던modern'이었던 듯 싶다. 난해하지 않고 생소한 것. 그게 내가 느낀 '무질 식 모던(Musil's modernism)'이다.
무질의 소설은 카프카처럼 뒤통수를 강력하게 두들기진 않았지만 대신 손톱끝 거스러미처럼 무의식을 계속 끌어당기는 중력이 있다. 성가시고 불편해서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어떤 것, 그런 게 무질의 소설에 있다.
20세기 초의 모더니즘이 21세기에도 여전히 모던할 수 있다는 건 결국 무질 개인의 문학적 성취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 소설은 국내 번역서를 읽고 영어 원서를 샀다. 독어를 모르니 어쩔 수 없다.
개인 감상이지만, 생도 퇴를레스는 홀든 콜필드의 모더니즘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두 소설을 가볍게 비교하자면, 사춘기 독일 남자애와 미국 남자애의 혼란과 방황 쯤일까... 한 사람은 학교 안에서, 한 사람은 학교 밖에서 겪는 풍파를 비교하며 읽어도 재미있겠다.
- 무질이 오스트리안이니 퇴를레스도 오스트리안이겠지만 무질이 문학을 했던 주무대가 독일이어서인지 (나는) 심증적으로 퇴를레스가 독일인처럼 느껴진다.
재미있는 건 모더니즘 문학 3대장으로 '율리시스', '잃시찾', '특성 없는 남자'를 꼽는데 그중 '호밀밭의 파수꾼'을 '율리시스'의 홀든 콜필드 버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다.
- 정확한 내용이 궁금해서 검색했는데 '해석' 출처를 못찾겠다...........헐;...... 난가???
만약 나라면 짐작컨대 아마도 블룸(율리시스)이 더블린을 하루 동안 돌아다니며 겪는 온갖 경험과 홀든 콜필드(호밀밭의 파수꾼)가 사흘 간 뉴욕을 돌아다니며 겪는 온갖 경험을 연관시켜 블룸 버전 홀든 콜필드라고 자해석했나 봄. 둘 다 읽은지 오래돼서 기억이 희미한 건 그렇다 치고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도 헷갈리다니 마치 표절 작가의 변명 같네--
_로베르트 무질
『특성 없는 남자』를 샀는데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얘기만 잔뜩 했다. 어쩔 수 없다. 안 읽은 책을 얘기할 순 없으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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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와 썰과 오거서의 차이가 뭘까.
게시판의 방향성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좀 해봐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