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미 시게히코 『영화의 맨살』
장 뤽 고다르 『고다르X고다르』
이모션북스의 시네마 시리즈 두 권이다.
현재 시게히코의 영화비평서는 최근 출간된 걸 제외하면 거의 모두 절판됐다. 유일한 장편소설 『백작부인』도 마찬가지로 절판.
절판 리스트에서 아쉬운 책은 『나쓰메 소세키론』인데 이 책의 중고가가 어마어마하다. 나는 시게히코를 『백작부인』으로 알았는데 그땐 이미 책이 절판된 후라 불가항력이긴 했지만, 요즘 작은출판사를 중심으로 펀딩이 활발한데 국내 인기가 많은 '나쓰메 소세키' 문학 비평도 시중에 다시 등장해줬음 싶다. 이런 바람이 내 욕심만은 아닐 거라 믿음.
영화/문학 비평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대표적인 비평서는 『존 포드론』인데 이 책은 주문할까말까 정말 십수 번 쌀보리를 하다 결국 결제 전에 뺐다. 물론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여전히 고민 중임. 대표작을 안 읽는다는 건 여행지에서 집 보일러를 안 잠근 것 같은 찜찜한 뒷맛을 계속 견디는 것과 같은지라.
-근데 이 정도 고민한다는 건 결국 산다는 의미라 배송만 늦어질 뿐이라는.
사실 웨스턴 무비는 엄마의 최애 장르인데 나 어렸을 적 우리 집 웨스턴무비 OST 음반은 모두 엄마의 컬렉션이었다. 내 취향은 누벨바그. 하지만 취향이랍시고 고다르의 책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왜 몰랐을까 생각해보니 아예 검색도 안 해봤더라) 출간일이 2010년인 걸 보고 주문하면서 적잖게 쫄았다. 절판 전에 발견했으니 그야말로 행운임. 고다르의 책이라고 하니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고다르가 책을 쓴 게 아니라 고다르의 생전 인터뷰 열네 편을 모은 책이다.
여담인데 이모션북스의 시네마 시리즈가 절판의 향연이라 '늦기전에'라는 생각으로 두 책을 주문한 것도 있는데 받아보니 책이 최신간처럼 반짝반짝 맨들맨들하다. 확인해보니 『영화의 맨살』은 인쇄날이 23년 12월로 무려 4쇄다. 오!!!
출간년도가 2010년이라 기대하지 않았던 『고다르X고다르』는 짐작대로 초판인데(나 말고 누가 고다르를 원하겠어) 오올, 역시 상태가 너무너무 좋다. 책이 엊그제 막 인쇄소에서 나온 줄.
이참에 고나리질 좀 하자면, 경기가 불황이라 가격을 올리는 건 이해한다만 가격을 올렸으면 갱지는 좀 쓰지 말길. 200페이지 전후 문고판 사이즈를 2만원 넘게 책정하면서 갱지를 왜 씀? 이러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지 누가 책을 사겠냐고.
(#이 불평은 해당 책과는 관련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