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겔랑 란제리 드뽀 어쩌고 파운데이션 샘플 필름지가 화장대 서랍 속에서 돌아다닌지 제법 되던 어느 날. 문득 아무 생각없이 충동적으로 필름지를 뜯어 얼굴에 발랐는데...... 이거슨 신세계... '인생파데' 개념을 온몸으로 영접했음. 그리하여 근 십여 년 만에 파운데이션 주문. 마지막에 썼던 랑콤도 좋았는데 두어 번 쓰고 친구에게 줘버린 바람에 제품명이 기억 안 날 뿐더러 이 브랜드의 제품 발매 이력을 보니 아마 벌써 단종됐을 듯.
샘플지가 00N이라 그냥 00N 주문. 흰 피부보다 살짝 그을린 피부가 워너비라 베이스 색조는 내 얼굴색보다 한톤 어두운 걸 선호한다. 건강해보이는(healthy) 느낌은 덤.
브랜드 페이지의 설명에 의하면 00N은 뉴트랄 계열에서 밝은 색. 웜톤, 쿨톤에 걸쳐있는 퍼스널 컬러가 뉴트랄이라는데 가지고 있는 립스틱 리스트를 보면 맞는 듯도 하다. 주황 빼곤 다 바르는 무난한 피부톤임.
용기가 리뉴얼됐다고 하는데 예쁨.
오른쪽 겔랑 00N / 왼쪽 에스쁘아 비글로우 Fetal(페탈)
한정판, 덤 이런 거에 한없이 약한 소비러의 지름 현장.
겔랑 란제리를 사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출시기념으로 브러쉬를 주는 에스쁘아 구입.
어차피 나는 손이 도구인 인간이라 브러쉬를 쓰는 날이 과연 올까 싶다만.
문제의 브러쉬.
비글로우와 함께 출시했다는 커브드 브러쉬 증정이 1천명이던가 1만명이던가 선착순 기획이었으니 어쨌든 나는 1/n 인 것임.
겔랑은 제품표시가 바닥에 있다.
핑크, 옐로우 베이스의 파운데이션을 안 좋아하는데 비글로우 페탈은 딱히 그런 베이스가 도드라지지 않아서 안심.
에스쁘아도 썩 괜찮지만 인생파데는 역시 겔랑 란제리인 걸로.
묽은 에센스 혹은 로션 느낌의 성상인데 바르는 동안에도 바른 후에도 뭉침이 없고 자연스럽고... 뭐하나 입 댈 데가 없이 만족스럽다. 백점 만점에 백점. 참, 커버기능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사족_.
에스쁘아 비글로우를 배송받고 직후에 정말 멍청한 짓을 했다. 즉슨. 색상 선택을 하면서 아이보리를 할까 바닐라를 할까 고민하다 이도저도 아닌 페탈을 고른 탓에 발색이 너무 궁금했던 거다. 그리하여 제품을 박스에서 꺼내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버릇처럼 토너 열듯이 뚜껑을 잡고 옆으로 돌린 것. 근데 하필 뚜껑이 휙 돌면서 그대로 용기 내부가 오픈된 거다. 보통은 뚜껑이 헛도는데...ㅠㅠ
그때까지도 상황을 모르고 스포이드형 막대에 묻은 파운데이션 용액을 손등에 덜면서 이렇게 찍어 바르면 내용물이 금방 오염되지 않나? 한가한 생각을 함. 그러다 뒤늦게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의심하며 뚜껑을 다시 돌려서 닫고 수박 들어올리듯 뚜껑만 위로 당겼더니 뚜껑 아래로 펌프가 나타나는 거다.
그나마 샘플지가 아직 몇 개 더 남아 있어 겔랑 본품을 오픈 안 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
너무 심란해서 오랜만에 M에게 전화해 이러쿵저러쿵 이런저런 등신 짓을 했는데 제품이 분명 오염됐겠지? 구구절절 한탄하니 M이 희망을 준다. "그 정도로 상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