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향수? 카피캣? 저렴이 향수?
이런 제품군을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웹서핑을 하다보면 가끔 니치 향수를 재현했다는 저렴한 향수를 보는데 그러려니 했다.
각설하고, 관심 1도 없었는데 요놈의 변덕이... 견물생심이...
어차피 바이럴인 건 알겠고 도대체 얼마나 비슷하길래 입소문인가, ...sns마다 똑같다고 극찬이던데 물론 요만치도 기대 안 했다만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궁금하여 주문해봄.
막상 찾아보니 브랜드가 생각보다 많아서 고민하다 올리브영이 제조 및 판매하는 구떼로 선택. 여담이지만 소위 카피캣으로 시장을 점유한 로드샵의 품목에 저렴이 향수도 있는 줄은 몰랐다.
주문한 제품은 no.1 잉글리쉬&프리지아 / no.3 블랙베리&베이 / no.8 블랑쉬 / no.11도손
이름이 하도 직관적이라 이름을 보는 순간 어느 향수를 재현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직접 시향해보니...
일단 내가 모르는 바이레도 '블랑쉬'는 제외하고, 나머지 세 향수만 얘기하자면, sns에서 말하는 '똑같아요', '조말론 뿌렸냐는 말을 들었어요'는 모두 공수표인 걸로. 비슷한 향조를 내기는 하는데 딱 거기까지. 애초에 전성분으로 고렴이, 저렴이로 비교할 수 있는 화장품과 달리 향수는 노트를 구성하는 에센스로 같다/다르다 단순 비교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같은 향수라도 개인 체향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발향을 하는 걸 감안한다면 잉글리쉬&프리지아의 경우 조 말론과 거의 구분이 어렵다.
니치 향수를 배제하고 향수 자체만 봐도 저렴한 가격에 향, 부향률 모두 나쁘지 않다. 굳이 유명 브랜드의 (특정 향조를 배합하는)유명 향수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면 부담없이 뿌리기에 괜찮은 향수.
나는 귀찮아서 바로 온라인 주문했지만 올리브영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직접 시향해보는 걸 추천.
내 취향엔 no.1 잉글리쉬&프리지아가 가장 나았다. 넷 중 가격이 가장 저렴했는데 이 제품은 재구매 의사 있음.
세일 전에 만원 초반대로 구입했는데 이글을 작성하면서 확인해보니 지금 50% 세일로 만원 초반대인 걸로 보아 정가와 상관없이 실제 판매가는 대략 이 가격대인 듯.
이제 곧 초록이 어울리는 봄이다 싶으니 순전히 '초록'에 꽂혀서 엊그제부터 뿌리고 있는 불가리 오떼베르(75ml).
오떼베르 익스트림과 비교하자면 확실히 첫 분사 때 쏘는 듯 풍기는 쌉쌀한 향이 익스트림보다 순하다.
불가리 향수는 브랜드 정체성이랄지 공통된 향조가 있어서 맡는 순간 '아, 불가리' 바로 알 수 있다. 근데 개성이 너무 강해서인지 왠지 호르몬에 안 좋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때문에 자주 안 뿌리는 향수이기도 하다.
이 브랜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향수는 뿌르옴므 익스트림. 남성향수로 예전에 출국 때마다 면세점에서 구입해 주변에 남여 가리지 않고 선물로 엄청 돌렸는데 정작 나는 갖고 있지 않다. 가끔 뿌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잔뜩 샀던 기억 때문인지 막상 지갑이 안 열리는 게 문제...
지갑 하니, 얼마전에 백화점에 갔다가 디올 매장에서 자도르를 시향하고 왔는데 갑자기 이 향수가 급땡긴다. 한동안 지갑을 닫을 작심이었는데 살까말까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