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을 건너는데도 용케 안 부서지고 잘 온다 싶더니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그냥 일어날 일이 일어난 걸 보는 기분.
아마존의 포장은 늘 경이롭다. 미국 본토의 배송도 놀라운데 조간신문 던지듯이 집앞에 툭 던져놓고 쿨하게 가버린다. 문자, 사진 그딴 거 일절 없다. 물건이 안 와서 연락하면 혹시 옆집에 확인해봤냐고 묻는다. 옆집에 없던데 하면 어, 미안, 어케 해줄까 한다. 우체국 가는 길에 옆 차선에 나란히 선 UPS한테 '(감)나 소포 있는데' '(UPS)나한테 줘' 했던 적도 있다.
미국은 땅덩어리도 크고 인구도 많고 인종도 다양하고 주(state) 법도 복잡하니 대체로 일 처리가 유연하다. 일례로 버스 요금투입기가 고장나면 'not working'을 갈겨 쓴 종이를 투입기에 붙여놓고 승객을 무임승차시킨다. 대신 정말 아주 사소한 문제인데도 법적인 영역(소송)으로 들어가면 그땐 정말 피곤하다. 한번은 엄마 휴대폰 요금이 중복납입되어(과정 생략), 마침 내가 집에 있을 때라 미납통지서와 첵(check)을 들고 센터에 가서 처리한 일이 있다. 중복결제 같은 경우 우리나라는 일처리가 무척 간단하지만 미국은, 왜인지 설명하면 스크롤이 길어지므로 생략하고, 처리하는데(환불)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나마 처음엔 직원이 방관 자세로 어쩌라고 함. 이럴 땐 책임소재를 정확히 짚어주는 게 중요하다. 너희가 일처리를 잘못 했으니 너희가 해결해라. 너희가 져야될 책임을 내가 질 순 없다. 100달러 남짓인 금액이라 엄마는 오납입을 확인했을 때부터 됐다 냅둬라 했지만, 내 돈이면 넘어갔겠지만, 부모님 돈이라 '내 돈 내놔' 정신으로 꾸역꾸역 버티고 서서 환불받았다. 엄마는 구경꾼 모드로 재밌어함. 그리고 '그 돈은 너 가져라' 인마이포켓 엔딩.
의미그대로 '박살'났다.
박스를 열고 처참한 상태를 발견한 순간 심정은 딱 '올 것이 왔구나'.
그래, 내 언제 한번은 이런 꼴을 보게 될 줄 알았지.
아마존에 접수하고 환불받고 재주문.
그래도 11마존이라 라이브챗 없이 바로 처리하니 편하긴 함.
그리하여 며칠 후 다시 받은 머그.
다행히 이번엔 멀쩡하게 왔다.
포장은 똑같다. 안전봉투, 제품박스.
상품페이지 리뷰에 마감 불량이라는 후기가 있어 주문 전에 많이 망설였는데 다행히 매끈한 물건이 왔다.
홀리데이 시리즈의 시그니처인 호랑가시나무가 생각보다 예쁘고 도자기색인 미색도 예쁘다. 실물이 더 예쁨.
두껍지도 얇지도 않아서 손에 쥐는 그립감도 만족스럽다.
사실 탐내던 건 스태커블 머그였는데 최저가 이력을 보는 바람에 그 금액에 도달하길 기다리고 있다. 홀리데이 머그는 이미지는 그닥 안 예뻐서 살 마음이 없었는데 용량이 크다는 어느 후기에 홀려서 구입. 하지만 막상 받아보니 410ml 용량이라 고만고만. 그치만 예쁘니 됐다.
& 기념으로 투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