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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 one fine day with photo
4594 bytes / 조회: 1,006 / ????.06.21 01:25
소포




2주쯤 됐다. 집에서 소포가 왔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국내택배와 마찬가지로 해외특송도 이틀이면 물건을 받아 들수 있다.
소포를 받기 며칠전 엄마가 전화로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물으시길래 "Gap body에서 여름 잠옷 두어벌 사서 보내주세요" 했다.(나의 수집품목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잠옷도 그중 하나) 그런데 얼마 뒤 다시 전화가 와서 박스를 채워야 되는데 또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물으셔서 "그럼 청바지 하나 보내주세요" 했다. 청바지를 워낙 좋아해서 이번에 집에 갔을 때도 세 벌이나 사왔음에도 청바지 욕심은 끝이 없다.
그리하여 아침 일찍 온 소포를 받아들고 박스를 열었을 때 나온 청바지가 사진 속 청바지. 진(jean)가운데 유독 관심이 없는 종류가 '스키니' 그리고 '찢어진' 청바지인데 일단 스키니는 도무지 예쁜 걸 모르겠다. 데님이 스키니의 소재가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잖아~'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게 된다. 그리고 '찢어진 청바지'는 세월이 흐르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흔적이 아니고서야 의도적으로 손질을 가한 것은 아무래도 인위적인 티가 나서 내 취향에는 별로다.
그러니 엄마가 전화로 미리부터 "약간 찢어졌다. 넌 청바지가 많으니 찢어진 것 하나 정도 있어도 괜찮다. 사람이 취향을 너무 가려도 안 되는 거다. 이것 저것 입는 버릇을 들여야지." 라고 강조하실 때 알아봤어야 했다. 사진 속 청바지와 7부 롤업 이렇게 두 개를 보내주셨는데 롤업도 역시 찢어진 청바지... 그래도 롤업은 그냥 스크래치 정도로 찢김이 덜하다. 과연 입을 날이 올까...;

세대로 보나 나이로 보나 엄마보다 내가 취향이 더 젊어야 하는 것이 당연할 텐데도 막상 여러가지 면에서 엄마보다 내가 훨씬 보수적이다. 애 둘을 낳고도 아직까지 몸무게 50kg을 넘어 본 적이 없는 엄마는 취향만큼이나 성격 역시 젊고 도전적이고 실험적이어서 경계를 많이 따지고 안전주의에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
부모자식간에도 궁합이 있는 것인지 우리 집 남자들은 서로 좀 무심한 편인데(이건 경상도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엄마와 나는 서로 애정이 얼마나 절절한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가 한 번씩 만나면 공항 입국장에서부터 이산가족 상봉에 못지 않은 신파극이 한바탕 벌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눈물겨운 이런 광경도 일주일쯤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서 마치 소 닭보듯 하게 된다는 건데 그러다가도 내가 귀국할 때쯤 되면 또다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을 연출하게 되는 것. 물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 경우는 좀 더 심각해서 공항에 엄마를 배웅하고 돌아오면 매번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다 싶게 한참을 서럽게 운다. 다른 가족한테는 데면데면한데 꼭 엄마한테만 이렇게 애틋하게 군다 : 내 나이 세 살 무렵 나를 재워놓고 엄마가 미용실에 간 그 사이 하필 잠이 깨서 신발을 주워 들고 '엄마 찾아 3만리'를 감행한 걸 보면 엄마를 향한 나의 이 못말리는 열정과 사랑은 역사가 꽤 깊다고 볼 수 있겠다.

타인을 정의할 때 인간은 보통 두 가지 잣대를 적용한다고 한다. 하나는 <나 이외의 나머지 사람>, 다른 하나는 <나와 내가 아는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이 그것인데 이중 첫번째 방식을 적용한다면 사랑의 가장 높은 단계라고 하는 이타심에 부모의 정(情)을 살짝 끼워 넣어도 괜찮지 않을까.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모든 걸 쏟을 수 있는 그런 정(情)을 지금까지 받기만 한 나로서는 아직은 감히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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