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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18:59
알라딘 책베개
알라딘이 만든 굿즈(goods. 원음은 '그으우드-' 즉 '굳'에 더 가깝다) 중 아마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받지 않았을까 싶은 아이템. 차감액은 3천원. 사이즈는 대사전 정도. 두께는 대사전 두 권 정도. 책을 꺼내는 게 귀찮아서 근처에 있던 아이패드와 사이즈 비교.
여튼 굿즈에 그닥 집착하는 취향이 아니라 이번엔 베개군- 하고 말았는데 항상 입이 문제다.
책을 주문하고 동친에게 나는 책베개를 거부했지, 피식- 했더니 동친, 그걸 왜 안 하나느냐고 정색을 한다.
사은품 때문에 주문금액을 맞출 이유는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왜 안 하느냐는 거다.
늘 그렇듯 귀가 습자지처럼 얇은 내가 다음에 할 일은 당연히 주문을 취소하고 재주문하는 것 뿐.
그리하여 나도 책베개가 생겼다.
'카프카'가 품절이라 '무진기행'과 '장서의 괴로움' 선택.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주문할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책이 있는데(책 한 권이 5만원이 넘는다) 그때 카프카를 고를 생각.
지퍼를 열면 바로 솜이 보인다. 나중에 빈백충전재를 넣을까 생각 중.
입시생들 자습 때 책상에 올려놓고 머리를 베면 딱이겠다 싶은 크기와 용도. 그나저나 나는 이걸 어디에 쓰나...
'무진기행'에는 김승옥 '무진기행'의 첫 문단이 인쇄되어 있다. 숱한 문청들이 필사를 했다고 고백하는 한국문단 최고의 명문장 중에 하나. 가까운 예로는 공지영이 <도가니> 도입부에 무진과 그 묘사를 오마주처럼 가져다 쓰기도 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는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쌓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이 아닐 수 있을까? -『무진기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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