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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22:29
[도서] 레이 브래드버리 <시월의 저택>
읽은 지는 좀 됐는데, 뭐랄지... 좀 묘한 소설이다.
감상을 막 쓰고 싶기도 하고, 막상 쓸 게 없는 것도 같고.
결국 '쓰자, 감상!' 하고 창을 띄우긴 했는데 역시나 난감하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을 읽는 동안 가장 지배적으로 머리속을 채웠던 생각은 '자신을 안 꾸미는 미인'.
가끔 그런 연예인이 있다. 너무 예쁜데, 참 예쁜데 근데 왜 저렇게 미모를 낭비할까 싶은.
작정만 하면 얼마든지 독서의 쾌감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도통 그럴 마음이 없다.
정작 브래드버리는 이 소설을 쓸 때 굉장히 즐거워했을 것 같다. 익숙한 서사의 길을 가지 않고 펜 가는 대로 마음껏 썼다는 의심이 드는 이 소설은 까놓고 스토리랄 것은 없고 문장만 있다.
서사가 없는(부족한) 글은 문장을 쫓아가기가 힘들다. 이정표만 가득하고 길은 없는 사막을 걷는 기분이랄지.
그런데 가끔 발견하는 오아시스가 또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오아시스에 속아서 맥락 없는 사막을 또 걷는 거지.
때려칠까, 읽자, 때려칠까, 읽자... 끊임없이 반복하다 그럼에도 결국 완독에 이르게 했던 동력은 의심의 여지 없이 세시와 톰이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과연 만나게 될까 확인하고픈 오기가 결국 책을 끝까지 읽게 했다.
환상 소설의 의미가 '실체도 없고 맥락도 없고 이벤트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꿈'이라면 이 소설은 제대로 환상소설이 맞다. 작가의 머리 속에서 (독자가)길을 잃는다는 의미에서 알레한드로의 <수면의 과학>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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