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 Review

'라이브 에이드'에서 공연하는 퀸

음악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중 완성도가 좋았던 영화로 기억되는 건 사망 전 말년의 베토벤을 다룬 <불멸의 연인(1994)>과 레이 찰스의 일대기인 <Ray(2004)>. 골라놓고 보니 두 영화의 특징이 주연 배우의 신들린 연기력이네요.  * 생각난 김에 <Ray>의 ost 'hit the road jack'을 들으면서 작성하고 있음

언급한 두 영화에 비하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완성도가 썩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졸작까지는 아니지만 평작 정도. 아마 최근 국내 흥행이 본진인 영국을 넘어선 것 같던데, 소프트 신드롬쯤 되고 있는 국내 퀸 열풍은 추억보정효과도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참고로 영화를 본 M은 '후반 20분이 영화의 전부'라고 평했고, 같이 본 해친은 '주연배우 싱크로가 떨어진다'고 투덜댔다.

사실 8월에 <보헤미안 랩소디> 예고편이 유튜브에 떴을 때 '이건 무조건 극장관람'이라고 들떴던 기분은 예고편 영상을 본 뒤에 짜게 식었으니 프레디 머큐리 롤인 라미 멜렉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 뱀발이지만 나중에 라미 멜렉 인터뷰 영상을 보고 국내배우 조정석과 너무 닮아서 깜놀함. 조정석이 인터뷰하는 줄 알았다. 생긴 게 비슷하다는 게 아니라 인터뷰 애티튜드가 라미 멜렉 껍데기를 쓴 조정석인 줄 알았다는 얘기임.

영화는 단순하다.

프레디 머큐리가 보컬이 빠진 밴드에 합류하고, 대학가 언더 쯤이던 밴드는 '퀸'으로 새로이 전열을 가다듬고, 음반 발표 - 성공 - 해체 갈등을 겪다가 다시 재결합한다. 그리고 재결합의 무대는 라이브 에이드. 라이브 에이드를 앞두고 프레디 머큐리는 멤버들에게 자신의 병을 털어놓는데 이 부분은 실제와 연대가 다르다고 하지만 전체 맥락은 그닥 차이가 없다. 실토하고 무대를 하든, 무대를 한 뒤 실토를 하든 퀸 멤버들이 여타 락 그룹에 비하면 특히 유대가 강하고 끈끈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이니까.

한마디로 영화적인 재미는 없다. 퀸이라는 영국 락그룹의 앨범투어... 딱 그 정도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다르게 말하면 인간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조명이 상대적으로 매우 미흡했다는 의미. 당시 인물들이 아직 생존해있으니 여러 법적인 문제를 고려한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프레디 머큐리의 열혈팬이었던 절친남자동기가 어느날 '프레디가 에이즈로 사망한 거 알고 있었냐?'고 충격받은 얼굴로 얘기하던 게 기억난다. 아마 그 친구는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극장에 달려갔겠거니 한다.

후천성면역결핍으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난 인물들이 많다. 이 질병이 죽음을 선고하는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이라는 걸 그때에 알았더라면 그들은 좀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렀을까.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