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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19:54
[도서] 착한 사랑『사랑스런 별장지기』, 이도우
흔히 하는 질문 하나,
"맛있는 걸 먼저 먹습니까, 맛없는 걸 먼저 먹습니까"
전자의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감성의 분류가 확실한 사람은 어느 걸 먼저 읽든 상관 없겠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렇지를 못해서『사랑스런 별장지기』를 읽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은『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뒤에 읽을 것을... 이었다.
『... 별장지기』가 재미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소설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소설에서 훨씬 더 숙련되고 세련된 글쓰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야기는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듯 장르의 전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일단 간단한 줄거리를 보면,
「남자주인공 차상헌은 경영과 4학년으로 재벌 2세에 인물 좋고 적당히 까칠하고 적당히 친화적이고 적당히 카리스마가 있으며 화가인 생모의 예술적 재능도 이어받은 한 마디로 '훈남'이다. 공예과 4학년인 이다인은 건강한 정신을 가진 밝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로 성실하고 보편적인 가치관을 지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훈녀'다. 이 두 사람은 여름 방학 때 속초의 별장에서 관리인의 딸과 별장 주인의 아들로 만난다. 하지만 다인은 이미 상헌을 알고 있는 상황. 다인의 부(父)와 상헌의 모(母)가 재혼을 앞두고 있는 두 사람은 말하자면 예비 의붓남매다.」
이 소설은 한 마디로 '착하다'. 인물들도 착하고 기승전결도 착하고 다 착하다. (게중에 악역인)상헌을 짝사랑하는 집안 좋고 얼굴도 예쁜 유명 모델 유진의 연적 괴롭히기는 귀엽다 못해 앙증맞고, 권위적이고 다소 폭압적인 장면도 연출했던 상헌의 부(父)는 '그땐 그랬지'하는 딱 그 정도에서 그의 역할을 다한다. 악역의 역할이 겨우 이 정도니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잠깐의 불행과 고통도 잠깐 지나가는 폭우 정도랄까.
『...별장지기』를 읽은 감상과 잘 맞아떨어지는 대사였다. 예쁜 동화같은 이 소설은 읽다보면 작가가 계속해서 "오케이, 거기까지"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소설'은 시간을 들이든 아니든 보통은 한 호흡에 읽는데『...별장지기』는 거의 일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짬짬이 틈틈이 읽은 이 소설은 재미도 있고, 문장도 좋고,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훌쩍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잘 안 나가서 애를 먹었는데, 영화 <황진이>이의 대사를 빌리자면 "기생년을 이렇게 어렵게 품는 사내"가 된 기분이랄까... 원인을 찾자면 역시 소설이 너무 착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다음의 두 장면은 아마도 작가의 목소리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맛있는 걸 먼저 먹습니까, 맛없는 걸 먼저 먹습니까"
전자의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감성의 분류가 확실한 사람은 어느 걸 먼저 읽든 상관 없겠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렇지를 못해서『사랑스런 별장지기』를 읽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은『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뒤에 읽을 것을... 이었다.
『... 별장지기』가 재미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소설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소설에서 훨씬 더 숙련되고 세련된 글쓰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야기는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듯 장르의 전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일단 간단한 줄거리를 보면,
「남자주인공 차상헌은 경영과 4학년으로 재벌 2세에 인물 좋고 적당히 까칠하고 적당히 친화적이고 적당히 카리스마가 있으며 화가인 생모의 예술적 재능도 이어받은 한 마디로 '훈남'이다. 공예과 4학년인 이다인은 건강한 정신을 가진 밝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로 성실하고 보편적인 가치관을 지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훈녀'다. 이 두 사람은 여름 방학 때 속초의 별장에서 관리인의 딸과 별장 주인의 아들로 만난다. 하지만 다인은 이미 상헌을 알고 있는 상황. 다인의 부(父)와 상헌의 모(母)가 재혼을 앞두고 있는 두 사람은 말하자면 예비 의붓남매다.」
이 소설은 한 마디로 '착하다'. 인물들도 착하고 기승전결도 착하고 다 착하다. (게중에 악역인)상헌을 짝사랑하는 집안 좋고 얼굴도 예쁜 유명 모델 유진의 연적 괴롭히기는 귀엽다 못해 앙증맞고, 권위적이고 다소 폭압적인 장면도 연출했던 상헌의 부(父)는 '그땐 그랬지'하는 딱 그 정도에서 그의 역할을 다한다. 악역의 역할이 겨우 이 정도니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잠깐의 불행과 고통도 잠깐 지나가는 폭우 정도랄까.
"너희는 둘 다 지나치게 착해. 때로는 너무 착해도 틀릴 때가 있어. 차라리 최유진처럼 잔머리 굴리는 부류가 얄밉긴 해도 더 낫지."
-p.313
-p.313
『...별장지기』를 읽은 감상과 잘 맞아떨어지는 대사였다. 예쁜 동화같은 이 소설은 읽다보면 작가가 계속해서 "오케이, 거기까지"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소설'은 시간을 들이든 아니든 보통은 한 호흡에 읽는데『...별장지기』는 거의 일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짬짬이 틈틈이 읽은 이 소설은 재미도 있고, 문장도 좋고,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훌쩍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잘 안 나가서 애를 먹었는데, 영화 <황진이>이의 대사를 빌리자면 "기생년을 이렇게 어렵게 품는 사내"가 된 기분이랄까... 원인을 찾자면 역시 소설이 너무 착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다음의 두 장면은 아마도 작가의 목소리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다인이 물기 어린 목소리가 오랜 침묵을 깨트렸다.
"널 놔두고 떠나서... 아직도 어머니가 미우니?"
상헌은 잠자코 그녀의 머리칼을
입술로 가볍게 쓸었다.
"... 아니. 이젠 괜찮아. 난 아니었어도 대신 네 곁에서"
상헌의 따스한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와
닿았다.
"... 네 엄마가 돼줬으니까."
- p.203
* 첫 줄의 주격 조사 '이'는 '의'의 오타인 듯.
"널 놔두고 떠나서... 아직도 어머니가 미우니?"
상헌은 잠자코 그녀의 머리칼을
입술로 가볍게 쓸었다.
"... 아니. 이젠 괜찮아. 난 아니었어도 대신 네 곁에서"
상헌의 따스한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와
닿았다.
"... 네 엄마가 돼줬으니까."
- p.203
* 첫 줄의 주격 조사 '이'는 '의'의 오타인 듯.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이 무사하니까
- p.382
내 사랑이 무사하니까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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