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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4324 bytes / 조회: 2,795 / ????.07.01 16:51
[도서] 변신 이야기 1 / 이윤기 옮김


여신과 아라크네는 방 이쪽저쪽에 놓인 베틀로 올라가 날실을 걸었다. 둘 다 부테허리를 허리에 감고 잉아에 날실을 꿴 다음 재바른 손놀림으로 씨실을 북에다 물려 날실 사이로 밀어넣었다. 씨실에 날실을 지날 때마다 바디가 이 씨실을 쫀쫀하게 짰다. 옷을 걷어올려 젖가슴을 질끈 동여매고 여신과 처녀는 있는 힘과 기를 다해 베를 짰다. 이 둘의 손은 쉴새없이 베틀 위를 오고갔다. 어찌나 열심이었던지 이들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까지 까맣게 잊고 일했다. 이들이 베에다 짜넣은 실에는, 튀로스 염료로 물들인 보라색 실은 물론이고 색조가 조금씩 다른 여러 가지 색실이 섞여 있었다. 한 가지 색실이 다른 색실과 겹치는 부분에서는 어디서부터 이 색실에서 저 색실로 바뀌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소나기가 하늘에다 그려놓은 긴 활꼴 무지개와 흡사했다. 무지개가 지닌 여러 가지 색깔의 띠는, 맞물리는 곳에서는 하나로 보이지만 여기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전혀 다른 색깔로 보이는 법이다. 옛 이야기의 내용이 그림으로 짜여 들어가면서 금빛 색실도 이 갖가지 색실에 섞여들어갔다. - p.242

- 발췌한 부분을,『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 작가 토마스 벌핀치는, 과학적인 사실과도 일치하는 묘사라고 이 대목을 극찬한 바 있다 …→ 라고 책에 부연 설명이 있다.

1. (설명과 상관없이)발췌한 부분은 읽으면서 사실적이고 기술적인 뛰어난 묘사에 감탄하는 한편 운문이라는 원문이 궁금해진 대목.
2.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던『변신이야기』는 중국의『서유기』나『삼국지』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는『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자라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듣거나 읽어봤을 밤 하늘의 '큰 곰자리와 작은 곰자리'같은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 나르키소스와 에코의 사연이 깃든 '수선화'나 아폴로를 사모한 요정의 슬픈 '해바라기'이야기같은 꽃과 꽃말에 얽힌 이야기들, 부엉이와 까마귀따위 새들에 얽힌 이야기등등... 추억의 앨범을 꺼내보는 듯한 신화 이야기는 이제는 조금 시시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이 어우러진 신(神)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있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어릴 때 흥미거리로 읽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읽는 장점은 예전보다 좀 더 확장된 자신의 세계관을 확인하는 조그만 계기가 된다는 것에 있다.
3. 중 1,2 정도의 자녀에게 필독서로 권하기에 좋은 책이다. - 아직 '2'권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두 권을 모두 읽고나도 달라질 이유가 없다.
4. 운문인 원문을 산문으로, 또 라틴어 원전을 영어본/일본본을 가지고 중역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태생적인 오류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번역의 요소중 가독성만 놓고 보면 이윤기의 번역은 훌륭하다고 할 만하다. 매끄럽고 재미있고 소설과 산문으로 다져진 역자의 문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 '서브 노트'로서의 역할일 뿐 라틴어 원전의 번역을 읽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 이 외에 초보적인 실수들이 군데 군데 눈에 띈다. '쌍둥이 자매 아폴로와 디아나'라던지(자매가 아니라 남매다) 인명의 불일치 그리고 그 외 정말로 기초적인 오타등.
5. 올림포스산의 이 오만방자하고 질투쟁이에 유아적인데다 난잡하기 그지없는 신들의 가계도를 한 번 정리해 볼까 아주 잠깐 유혹에 흔들렸으나 다행히 귀차니즘의 덕으로 유혹을 뿌리침.
6. 그러고 보니 나는 만연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영미권 소설에 익숙해서인가. 어쨌든 만연체도 간결체도 모두 좋다. 읽을 거리가 있는 것만도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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