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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3762 bytes / 조회: 3,776 / ????.07.06 19:02
[도서] 변신 이야기 2 / 이윤기 옮김


98년에 출판되어 06년에 22쇄까지 인쇄된『변신 이야기』는 스테디셀러라는 명성에 비해 오타가 지나치게 많다.
가령,

그대가 바람을 타고 도망쳐보아라. 내게서 도망칠 수 있다.
→ 도망칠 수 '없다' (p.262)
여신은 피쿠스왕에게 말씀하셨어요. 나를 사로잡은 그대의 그 아름다운 눈, 여신은 나를 사로잡아 이렇듯... (중략)
'여신인' 나를 사로잡아... (p.263)

이런 식.
1권에선 드문드문 나타나던 이런 식의 오타들이 2권에서는 페이지를 넘기기가 무섭게 쏟아진다.
그리고 오타만큼이나 지나치게 넘쳐나는 지시대명사 <이>와 <그>. 나중엔 이 두개의 지시대명사를 의도적으로 지워내면서 읽어야 될만큼 독서에 방해가 되었다.
그래도 책은 재미있다. 특히 현몽의 형태로 인간앞에 나타나서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신들은 박장대소할 만큼 귀엽다...
신들의 시대는 저물고 영웅의 시대를 거쳐 인간의 시대로 향하는『변신 이야기』2권은 트로이아 전쟁에 많은 부분 할애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유는 아킬레오스(그/ 아킬레스)의 유품인 방패를 놓고 권리를 주장하는 장면에서 영웅 오뒤세우스가 매우 비겁하고 잔꾀를 부리는 용렬한 소인배처럼 묘사되기 때문.
작가의 트로이아 편들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다음은 트로이아의 마지막 희망인 아이네이아스의 함대가 바다에서 가라앉을 때 여신의 도움을 받아 바다의 요정으로 전신(轉身)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이 바다에서 그토록 오래 험한 파도와 싸워왔다는 사실을 아주 잊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들은 폭풍에 시달리는 배를 보면 다가가 그 배를 구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을 태운 배는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뒤세우스의 배가 난파당하는 것도 그저 구경만 한 적도 있고, 알키노오스의 배가 석화하는 것도 깔깔대면서 구경한 적도 있다. - p.273

트로이아 전쟁을 묘사할 때 신들까지도 반으로 나뉘어서 트로이아와 그리스 연합군을 응원했다더니 트로이아를 열심히 편드는 신들뿐, 막상 그리스 연합군을 응원하는 신들은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다. * 이 와중에도 유피테르(그. 주피터/제우스)는 남의 아내를 훔쳐온 파리스의 트로이아를, 그의 아내인 유노(그. 주노/헤라)는 엉뚱한 놈에게 왕비를 빼앗긴 그리스연합군의 편을 든다.

이와 같은 노골적인 트로이아 편들기는, 바로 이『변신 이야기』가 로마 신화이기 때문이다. - 로마는 트로이아의 유민에 의해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오늘날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의 구분이 거의 없어졌다고 하지만 원저자인 오비디우스는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황제에 오른 아우구스투스가 이룩한 팍스로마나 시대의 사람이다. (시오노 나나미의『로마인 이야기 6』참고)
역사를 자신의 뿌리위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인간의 귀여운 애국심은 동서고금의 차이가 없는 모양.

*명성을 감안, 교정의 필요성이 너무나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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