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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4995 bytes / 조회: 6,347 / ????.07.10 19:03
[영상] 조동오『중천』




1. 전반 20분, 후반 20분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결국 이야기보다 액션과 그래픽이 돋보였다는 얘기.

2. 영화를 보면서 세 번 울었다.
1) 소화가 칼을 맞은 이곽을 위해 약초를 빻으면서 울 때
2) 이곽이 잡혀간 소화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서 "소화!!!!!!!!!!!!" 라고 외칠 때
3) 이곽이 소화에게 "꽃에서 향기가 나..." 했을 때.
내 눈물은 어찌하여 이렇게 흔한 것인지...

3. 오랫동안 소재의 검열에 갇혀있었던 후유증인가.
우리나라 <어른> 영화인들이 만드는 판타지 영화는 어떻게 된 일인지 소설보다도 그 상상력이 못하다. 상상력이 부족한 판타지가 재미없는 건 당연한 일. 일단 제목이자 영화의 배경인 '중천'의 세계가 너무 평범하다. 간단한 예로 중천 세계의 물이 현세의 물처럼 사람을 똑같이 적신다면 이건 너무 심심하지 않은가?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배우에게 가혹한 일이지 싶다. 몇 가지 이유에서, 소화의 캐릭터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것은 배우보다 작가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연기를 논하려면 정우성이 도마에 올라야 한다. 오랜 세월 연기했는데도 연기가 늘지 않는 배우는 욕을 좀 먹어도 된다. 그러나 이곽은 말할 것도 없이 멋있고 매력있는 캐릭터였다. - 참고로 나는 대의명분 때문에 여자 가슴에 대못을 박는 남자를 '매우' 싫어한다.
<중천>의 경우 영화의 줄거리인 '이야기'보다 '중천 세계'를 다루는 빈약한 상상력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시나리오를 누가 썼을까, 참 궁금해지는 대목. 그런데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각본에서 <타짜>의 감독인 '최동훈'을 발견했다. 검색해 보니 70년대생이다. 국내산 진짜 판타지 영화를 보려면 다음 세대(='머그 게임'과 함께 성장한 멀티미디어 세대이자 영상세대)인 80년대生의 몫으로 넘겨야 하는 걸까.
그래픽은 굉장히 훌륭하다. 이곽이 3만 귀신대군과 일전을 벌이는 장면은 단연 손꼽을 정도로 잘 찍었다. 문제는 늘 그렇듯이 '이야기'인데, 과도한 '편집'이 아쉽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편집'의 독소를 느낄 정도. 한 마디로 이 영화는 '미완성'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친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는 동생에겐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만화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 당연히 그쪽 세계에 얽힌 얘기를 주워들을 기회도 많은데, 언젠가 우리나라 TV만화의 성우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 동생이 해준 얘기가 정말 충격적이었다. TV만화의 성우와 관련된 건데, 만화속 인물이 어른이어서 성우가 어른의 발성을 했더니 위에서 시정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애들 만화에 어른 목소리는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것이다(그러고보면 자국못지 않게 성우들의 캐스팅이 훌륭한 <카우보이 비밥>은 기적처럼 느껴진다).
'애들 만화'라니... 거짓말같지만 <원더풀 데이즈>를 보면 그들의 편견이 새로울 것도 없다. 기술의 발달로 그래픽은 일취월장했으나 도무지 웃음도 나오지 않는 그 유아틱한 스토리를 보라. 요즘 애들, 똑똑하다. 치밀한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저패니메이션과 웬만한 판타지소설 못지 않게 기승전결이 잘 짜여진 스토리가 재미를 더하는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그들을 언제까지 '애들'이라고 치부할 건가. 설마 '판타지 영화'에도 마찬가지의 편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4. 결론
빈곤한 상상력이 참으로 아쉽지만 어차피 영화는 종합예술 아닌가. 먹다만 단무지처럼 잘려나간 줄거리는 그만하면 즐기는데 부담이 없었고(긍정적으로, 상상하는 즐거움은 있으니까) 그래픽은 훌륭했고 촬영도 재미있었다. 덤으로 훌륭한 원작을 제대로 말아먹은 <퇴마록>에 비하면 그래도 이 장르가 나름 발전은 하고 있구나, 하는 위안도 받을 수 있다...   

 


*포스터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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