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관없는 남의 얘기가 재미있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연예인(혹은 그에 준하는 이름과 얼굴이 함께 알려져있는 인물들)의 얘기일 때,
나머지는 인터뷰어와 나의 속물적인 관심사가 일치할 때.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는 인터뷰집으로 인터뷰어(interviewer)는 김경. 그녀의 인터뷰에 응한 인터뷰이(interviewee)는 모두 22인으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인물들이다. 당연히 재미있는 인터뷰도 있고 지루한 인터뷰도 있다. 의외로 재미없었던 인물은 싸이. <무릎팍 도사>에서도 '싸이편'이 별 재미가 없었는데 아마 싸이의 말처럼 연예인 싸이와 일반인 싸이를 확실하게 구분짓는 태도 때문일 수도 있겠다. 재미있었던 인터뷰이는 개그맨 신동엽. 재미있었던 이유는 나와 닮은 부분을 많이 발견해서. 예를 들면 이런 것인데 '착한 신동엽'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묻자,
라고 대답하는 신동엽 씨. 물론 뒤에 이어지는 응징하는 방법은 나와 좀 다르다. 나는 좀 더 집요하고(?) 소심하다. 대체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나도 원한이 한 번 들면 그 원한을 꽤 오래 가지고 가는 타입이다.
인터뷰어인 김경씨는 글쎄... 매력있고 개성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다지 친구로 삼고 싶은 유형은 아니다.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지만)자신의 취향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은 대체로 그 자신감이 지나쳐서 타인의 취향에 배려가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나는 배려심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평소 내 친구도 배려심을 가진 사람이기를 바라는 편이다.
인터뷰집이어서 슬슬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예전에 개그 프로에서 '나는 착한 소년입니다'와 '나는 불량 소년입니다'를 영어로 말하는 소재가 있었다. 똑같이 "I'm a boy"였지만 전자는 순하게, 후자는 건들거리면서 말하는... 즉 같은 말을 뉘앙스로 구분하는 것이었는데 글이라는 게 그렇다. 글만으로는 그 안에 감춰진 뉘앙스까지 파악하는데 무리가 있다. 이것이『김훈은 김훈이고...』 를 읽는 것이 쉽지 않았던 이유다.
그리고...
"감나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사계절이 다 예뻐요. 특히 겨울 감나무를 좋아해요. 잎도 다 떨어지고 가지도 앙상하죠. 그런데 홍시가 한두 개 붙어 있죠. 그 감을 까치밥이라고 하는데 그걸 보면 아주 묘한 감정이 들어요. 자코메티가 그린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 디자인에 나오는 그 앙상한 나무를 볼 때랑 비슷한 감정이죠."
- p.130, 같은 책의 건축가「승효상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