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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5254 bytes / 조회: 4,511 / ????.08.12 20:37
[도서] 백문임, 송태욱 外『르네상스인 김승옥』


「일본 문학의 범람과 일본어를 모르는 독자」

1960년 서울. 일제가 물러간 지 벌써 15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엄청난 전화까지 겪은 서울 거리에는 다시 한글로 표기된 일본어 간판이 등장한다. 미용약을 선전하는 광고지에는 일본의 유명 여배우 사진이 실리고, 다방에서는 일본 노래가 원어 그대로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대화에는 불쑥불쑥 일본말이 끼여들고, 심지어 글을 쓸 때에도 그것이 일본말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쓰는 일본어들이 섞여들기 일쑤다. 그만큼 기성세대들에게는 아직도 일본어가 친숙한 언어였다. 한국에 온 일본 관광객들이 언어 사용에 거의 불편을 느끼지 않아서 외국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일본어 강습소가 문을 열고, 번화가 뒷골목에는 일본의 도색 잡지들이 흘러 넘쳤다. 수입하는 외국 책의 70펴센트 정도를 일본 책이 차지하고,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한 달 후엔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다.사단법인 한국사회통계센터의 베스트셀러 조사에 따르면 1963년 3월 소설 부문의 10위 중 1위, 4위, 6위를 일본의 대중작가 이시자카 요지로가 지은 3권의 책 <비 속으로 사라지다>와 <청춘교실>, <푸른 꿈은 빛나리>가 차지했다. 이시자카 요지로의 이러한 인기는 "순전히 그의 '플롯'이 지닌 달콤한 '멜로드라마'性"때문이었고, 대부분의 독자는 여고생이나 저급 학년의 여대생이었다고 한다(…).
1950년대를 통해 네 편밖에 번역되지 않았던 일본 소설이 1960년의 44편을 시작으로 60년대에만 467편이나 번역되었다. 4.19 이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본 서적 금수조치가 해제되어 일본 서적 수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번역된 소설을 나라별로 보면 일본 소설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 pp.52-54, 『르네상스인 김승옥』

 

7인의 공동 집필진의 평론집인『르네상스인 김승옥』은 읽다 보면 1960-70년대 당시의 시대상이 오늘날과 흡사한 것에 놀라게 된다. 역사는 흐르고, 흐르는 역사 안에서 시대는 반복되고... 참 재미있다.
한 권의 책을 열흘 가깝게 읽은 게 언제인지. 두껍지도 않고 내용이 난해하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폭풍처럼 읽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책 한 권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던 최근의 내 상황도 물론 한 원인이지만 독서에 속도가 붙지 않았던 것은 논문과 다름없는 그러니까 소설적 서사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대신 단조롭고 건조한 서술로 일관하는 내용때문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영화『오발탄』이 보고 싶어졌다. 과연 대여점에 있으려나...


『장정일의 독서일기1』

텍스트의 즐거움》은 책읽기에 관한 책이자, 육체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바르트를 읽는 동안 내 가랑이는 찢어지며 '아ㅡ아ㅡ아ㅡ' 소리를 낸다. 그는 황새인 것이고, 나는 뱁새이기 때문이다. 짤막한 몇 줄의 문단 속에서조차 그의 사유는, 문장의 구속을 참지 못하고 풀쩍, 풀쩍, 뛰어오르고, 텅, 텅, 비틀려진다. 그렇게 띄엄띄엄 씌어진 글을 매끈하게 기워 읽으려고, 내 눈과 의식은 뜨개질 바늘처럼 부지런히 움직인다. - p.46

가끔 책을 읽다보면 아, 나는 뱁새구나 눈물을 흘리게 될 때가 있다. 위 구절은 이런 뱁새 심정이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거니하는 동병상련의 위안을 준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독서일기를 인용하고 있는 것을 장정일 아저씨는 모르겠지? 위기의식이 슬슬~ 이제 그만 인용해야겠다;

* 이 책을 끝내자마자 바로 조정래의『태백산맥』으로 들어갔다. 지난 열흘 동안 이야기에 굶주렸던 내 머리는 난리가 났다. 바짝 메말라서 쩌억쩍 갈라지기 일보 직전이던 가슴은 그야말로 쏟아지는 소나기의 축복에 울고 있다.
이제 막 시작했지만 엄청난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이 대하소설은, 아아아-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다.
다만 한 가지, 방언이 좀 걸린다. 생소한 남도쪽 방언 때문에 무슨 말인지 몰라서 잠깐씩 머뭇거리게 되는 지점이 있다. 예를 들면 '폴세'. 앞뒤 문맥으로 짐작하긴 했지만 검색해 보니 역시 '벌써', '이미 오래전에'라는 의미다. 박경리의『토지』역시 경상도쪽 방언으로 가득하지만 그쪽은 내게 친숙한 탓에『토지』는 무난하게 읽은 셈. 뒤늦게 아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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