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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8305 bytes / 조회: 6,701 / ????.09.17 12:57
[영상] The Tudors(튜더스)




쇼타임(미국)에서 제작한 미드《튜더스》1시즌 열 편 중 2편까지 봤을 때였다. 도서관에 갔다가 마침『천일의 스캔들』을 발견하고 대출하면서 '드라마 시즌1 - 소설 - 드라마 1시즌'을 보는 순서가 됐다. 소설은 역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무래도 시각적 효과가 돋보이는 드라마 쪽이 역사 고증에 더 충실하다는 느낌이 든다. 참고로 소설과 드라마는 같은 인물, 같은 배경을 다룬다는 것 외에는 연관이 없다. 

소설『천일의 스캔들1,2』(개정전 제목은 <천일의 앤 불린>)은 메리 불린과 앤 불린 자매가 주축인 소설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메리 불린은 헨리8세의 애인이었고, 앤 불린은 헨리8세가 아라곤의 왕비 캐서린과 이혼하기 위해 로마 카톨릭과 결별하고 성공회를 만드는 동기를 제공한 장본인이다. 대개 앤의 언니로 알려져 있지만 소설에서는 동생으로 등장하는 메리가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다. 이 소설의 장점은 분량이 꽤 됨에도 만 이틀을 넘기지 않고 금방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소설임을 감안, 연대별로 큰 줄기를 따라가면 당시의 시대 상황과 흐름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정도이다.

'Farewell My Love'는 국내에선 영화와 동명의 제목인 '천일의 앤'으로 알려진 ost 곡인데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한편 언제 어디서 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 옛날 영화《천일의 앤》에 등장했던 앤은 막연하나마 절대 권력자에 의해 연인과 억지로 헤어지고 왕의 여자가 되는 비운의 여인으로 기억에 남아있는데《튜더스》에서 다시 만난 앤은 한마디로 장희빈스럽다고 해야 할까...

《튜더스》시즌 1은 울지 추기경의 사망까지 내용이 전개된다. 이후 시즌은 아마 헨리8세의 반복되는 이혼과 재혼, 블러디 메리(Bloody Mary)를 거쳐 엘리자베스1세의 얘기까지 내용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지만《로마Rome》가 시즌2를 끝으로 제작비 문제로 더이상 제작하지 않는다는 걸 보면《튜더스》의 운명도 어떻게 될지 며느리도 모를듯...

주인공 헨리8세 역을 맡은 조나단의 인기가 매우 높은데 나는 '예쁘면(혹은 잘 생기면) 다 용서가 되는' 너그러운 인간이 못 돼서 나쁜 놈은 아무리 멋있어도, 물론 아깝기는 하지만, 그냥 나쁜 놈으로만 보인다. 앤 불린 역시 마찬가지. 동정받는 악인이라는 캐릭터에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권선징악 지지자다.

역사가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 우연히 정말 우연히 일어나지만 그중 드물게 우연이 필연을 낳고 바로 그 필연이 거대한 세계 지도의 조각을 맞추기 때문이지 않을까. 요컨데,
헨리8세는 어려서 형이 요절하는 걸 지켜봤고, 절대 군주가 되었지만 기다리는 아들은 태어나지 않고, 왕비의 시녀 앤이 눈에 띄고, 앤은 정부가 아닌 왕비가 되기를 원하고, 앤은 울지 추기경과 사이가 나쁘고, 카톨릭은 이혼을 인정하지 않고, 때마침 루터에 의한 신교가 유럽에 확산되고 있었고, 헨리8세는 결국 로마교황청에 등을 돌리고 성공회를 열고, 왕비와 이혼함과 동시에 앤과 결혼하고, 앤에게서 딸 하나를 얻고, 훗날 앤의 딸은 우여곡절 끝에 영국에 정치적, 문화적 르네상스를 이루는 엘리자베스1세가 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셰익스피어같은 당대의 문인이 등장하고, 영국이 해상을 장악하고 동인도회사를 설립하는 것 모두 엘리자베스1세 시절이다.

여섯 명의 아내들 중 두 명은 참수형시키고, 한 명은 아들을 낳았으나 출산 직후 산후욕으로 사망, 두 명은 이혼, 왕이 먼저 사망한 덕에 살아 남은 운좋은 마지막 한 명까지... 해서 잔혹 동화 '푸른 수염'의 모델이기도 한 헨리8세는 알려진대로 사생활이 무척이나 복잡하고 난삽하다. 하지만 통치자로서는, 비록 이혼이 목적이었다고는 하나, 면죄부 판매 등으로 부정부패가 정점에 달했던 당시 로마 교황청과 결별하고 영국 국교 성공회를 일으키고, 통치기간 중 부국강병을 실현했으며, '지식이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스스로 지성인이면서 지식을 장려하고, 또한 젊었을 땐 유럽에서 가장 잘 생긴 왕자로 인기가 높았다고 하니 그놈의 아들 타령만 아니었으면 참으로 바람직했을 인물이 아닌가 싶다.

헨리8세의 여러 번의 결혼 중에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아들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왕비가 예뻤으면 했다는 욕심 많은 남자 헨리8세. 판타지에 가까운 초상화 기술을 믿지 못해 네 번째 결혼 상대자를(클레브의 앤) 결혼 전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클레브스 집안의 강한 반발에 결국 결혼식 당일에서야 신부의 얼굴을 보게 되는데, 넙적한 얼굴에 또 거구였던 신부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는다는 얘기에 이르면 이 대단한 왕이 귀엽기까지 하다. 결국 네 번째 왕비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다가 7개월 만에 이혼을 당했다고 하니, 그래도 죽음은 면했으니 바꿔 말하면 역시 미인박명인 걸까 싶기도 하고.

헨리8세를 비롯 앤 불린, 메리 여왕, 엘리자베스1세까지 인물들 자체가 워낙 강렬한 데다 또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보니 아무래도 드라마를 볼 때도 인물에 치중하게 된다. 하지만 루터와 칼뱅의 종교 개혁이 유럽 전역에 확산되는 시점에서 헨리8세 때부터 시작된 튜더 왕조 인물들을 둘러싼 구교와 신교의 대리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의하면서 봐도 재미있다. - 물론 재미를 담보해야 하는 미디어의 특성(=허구성)을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앤 불린의 딸이자 영국의 부흥기를 이끈 엘리자베스1세의 얘기를 다룬 영화로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연기한《엘리자베스'Elizabeth', 1998》와《더 골든 에이지The Golden age》가 있다. 전자가 여왕으로 등극되기까지의 내용이라면 후자는 이후 45년의 통치 기간을 다룬다. 여담이지만《더 골든 에이지》는 심각하게 재미가 없다. 무엇보다도 픽션이 지나치다. 

이 시대 혹은 이런 배경에 관심이 있다면 역시 구교와 신교의 극한 대립으로 벌어진 1572년 성바르톨로메오의 학살사건이 배경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여왕 마고Quees Margot』(이자벨 아자니, 다니엘 오떼이유, 벵상 뻬레 등)도 볼 만하다.
참고로 여왕 마고는 엘리자베스1세와 대립각을 세웠던 비운의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의 시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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