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플롯과 내러티브 모두 이렇게 단순한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적이 언제였더라... 였다.
『사랑』은 사랑이 전부인 한 남자의 사랑 얘기다. 스토리만 보면 얼핏 예전『남자의 향기』(하병무 원작)와 비슷한 것 같지만 혁수에 비하면 인호는 훨씬 단선적이고 직선적인 인물이다. 그러니 이야기의 동선도 당연히 단선적이고 직선적일 수밖에.
영화가 시작한 직후부터 후회가 밀려들었다. 왜 이 영화를 볼 생각을 했을까. 일어나서 극장을 나가버리고 싶었다. 그럼에도 자리를 지키고 끝까지 본『사랑』은 보는 내내 내 정서를 불편하게 했고 거의 1/3정도의 장면에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었다. 실제로 서너 장면에서 고개를 숙이고 스크린을 외면했다. 영화적 공포는 피가 낭자하고 신체가 잘려나가는 시각적 효과가 없어도 단순히 이야기만 가지고도 관객의 정서를 불편하게 하는 유사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드라마(劇)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내러티브가 중요한 이유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직설적인 대화법을 고수한다. 나는 이런 대화법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니 나같은 사람에겐『사랑』은 착하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봐서는 안 될 타인의 절절한 사연을 몰래 훔쳐 본 것 같은 기분이란 참….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이야기가 단순하고 인물들이 정형화되어 있다보니 감정 이입, 몰입이 쉬워서 딱히 어떤 사건이 없어도 그들(인호, 미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꾸 눈물이 난다.
인호가 왜 미주를 사랑하는지, 왜 미주를 버리지 못하는지 궁금해 할 필요가 있을까. 사랑하는데 이유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