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 친절한 복희씨 > Review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Review
-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2536 bytes / 조회: 4,477 / ????.10.29 20:49
[도서] 박완서 /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의 단편집『친절한 복희씨』는 여전히 바래지 않은 작가의 노련하고 농익은 글솜씨가 재미있는 한편 앞선 단편집『너무도 쓸쓸한 당신』에 비하면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실망한 이유는 몇 개의 단편에서 내가 지금 작가의 산문집을 읽고 있는지 아님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헷갈렸기 때문인데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과 작가의 사생활을 읽는 것은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작가는 소설집은 9년 만에 출간하는 것이지만 그 사이 산문집은 꾸준하게 발표해 왔다.
작가가 특정 구성에서 같은 얘기를 반복하면 '아, 이것은 작가의 고정관념이겠거니' 하게 마련인데 예를 들면 박완서의 경우 '며느리'를 보는 시선이 그러하다. 박완서 소설에 등장하는 '며느리(혹은 조카며느리)'는 거의가 영악하다.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영리하고 약은'데 그래서 시어머니(혹은 시고모/시이모)와 며느리 사이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관점으로 보면 일견 '쿨'하다. 영악한 며느리는 아들과 손주들에게 든든한 울타리 노릇을 할 것이라는 이유로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서운한 것이 있어도 일장일단(一長一短)의 현실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설집의 목차 중「거저나 마찬가지」를 읽을 때는 조금 놀랐는데 요즘 젊은 작가군(정이현, 김애란 등)의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역시 이야기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이면 백전노장의 작가는 겉멋에 잔뜩 든 고민풀이 혹은 개똥철학의 낙서장에 머무는 젊은 작가들과 또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아마 이것이 근 40년 가까이 창작활동의 일선에서 버티고 있는 노작가의 힘이려니 싶다.
다소 실망스럽다고는 했으나 그 실망은 작가의 글솜씨가 퇴락했다거나 소설이 재미없다는 의미와는 전혀 관계 없다.
국내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새록새록 더해가는 궁금증은 왜 (대충)50년 전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글을 더 잘 쓸까, 하는 것이다. 교육적, 문화적, 사상적 수혜자는 해방 전후의 작가들보다 새마을 운동 이후의 세대 아닌가. 만약 누군가 그 이유를 배부른 예술과 배고픈 예술의 차이라고 한다면 엄청 슬플 것 같다.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339건 17 페이지
Review 목록
번호 분류 제목 날짜
99 도서 김연수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4 ??.03.04
98 영상 2007년에 본 영화 스무자 평 5 ??.01.24
97 도서 이지형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3 ??.12.25
96 도서 조정래 / 태백산맥 5 ??.12.28
95 도서 쑤퉁 / 쌀(米) 4 ??.11.07
도서 박완서 / 친절한 복희씨 ??.10.29
93 영상 최근 본 영화 스무자 평 2 ??.10.27
92 도서 진산 민해연 / 가스라기 8 ??.10.06
91 영상 구스 반 산트 <파인딩 포레스터 Finding Forrester> 2 ??.10.04
90 영상 사랑 A love 1 ??.10.02
89 영상 The Tudors(튜더스) 3 ??.09.17
88 도서 백문임, 송태욱 外『르네상스인 김승옥』 ??.08.12
87 도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롤리타』 2 ??.07.22
86 도서 김애란『달려라, 아비』 4 ??.07.18
85 도서 김경 /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2 ??.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