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형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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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4290 bytes / 조회: 4,055 / ????.12.25 21:57
[도서] 이지형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마지막 사진은 아끼는 책갈피인데 7, 8년 쯤 전에 사진의 <키스>를 포함, 이런 짓을 딱 두 번 했다. 나머지 하나는 피카소의 <Weeping woman>으로 피카소의 다섯 번째 여인 도라의 이 초상화는 피카소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소위 예술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은 최초의 경험인 <Weeping woman>은 우울할 때 보면 감정이입이 제대로다. 그러고 보니 당시에 꽤 우울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

카라얀을 주문하면서 추가 적립금 조건을 맞추느라 장바구니에 담은 이지형의『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
재미있다, 술술 잘 읽힌다 라는 말은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도서 구입 때 우선 순위에서 늘 밀리던 소설이었다. 그러다 이 소설이 영화화된『모던 보이』에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은 참에, 또 요즘 왠지 독서가 힘이 빠진 탓에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을 찾다가 결국 올 해 마지막으로 읽은 소설이 되었다.

소설은 재미있다. 소문대로 잘 읽힌다. 주인공 '나'(이해명)에게 강지환이나 박해일을 대입해서 읽으면 생생한 캐릭터를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재미'는 '코믹'인데 읽다 보면 어느새 낄낄낄- 나도 모르게 웃고는 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스스로 '역사관과 시대의식이 부족한' 소설을 썼다고 고백하는 작가. 알면서 왜 그랬을까. 실제로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에겐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작가는 스스로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작가의 사유가 깊으면 독자의 사유도 함께 깊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 소설은 작가 스스로가 한계를 그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수동적인 독서에 머물게 한다. 즉 기존의 여성 작가들이 쓰던 소설적인 문법에서 탈피한 이야기와 전개가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재미가 카타르시스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은 허탈하다. 비유를 하자면 실컷 웃겨 놓고 왜 웃냐고 화내는 형상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갑자기 작가적 책임 의식이 들었던 것일까. 어쨌든 재미있는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결론은 김애란, 정이현보다 낫다. 깔끔하고 젠 체하지 않고 칭얼거리지 않고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
『모던 보이』라는 제목으로 4월에 개봉 예정이라는 영화의 홍보 포스터를 얼핏 봤을 때 이해명(박해일)이 백석 시인을 떠올리게 하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어서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난다. 배우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벌써부터 영화가 기다려진다.

『망하거나 죽지 않고…』는 문학동네 신인작가상(5회) 수상작인데 지금 읽고 있는 천명관의『고래』역시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다. 문학동네 수상작에 대한 호감 게이지가 확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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