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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6432 bytes / 조회: 4,838 / ????.07.26 16:31
[도서] 황석영 / 바리데기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작가란 결국 '이야깃꾼'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작가가 능력있는 작가다. 그럼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야기[명사] * Daum 국어사전 검색
1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하여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
2 자신이 경험한 지난 일이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남에게 일러 주는 말.
3 어떤 사실에 관하여, 또는 있지 않은 일을 사실처럼 꾸며 재미있게 하는 말.

구전문학 혹은 구비문학의 특징은 입과 입을 통해 즉 '말'이라는 매체를 통해 명맥을 이어온 '전승문학'이라는 것. (결국 같은 말)
언어는 문자와 말을 통칭하는 것으로서 전달 매체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서 구전문학과 기록문학으로 나누어진다.
소설의 제목이 <바리데기>인 만큼 작가는 소설의 주제를 구전문학인 '바리공주' 설화에서 가지고 왔고 그래서 소설을 읽으려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바리와 무속신화 속 바리공주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바리공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속신화로 흔히 사람이 죽은 뒤 49일 만에 지내는 '진오귀굿'에서 불려지는 무가로 알려져 있다. 내용은 오귀 대왕의 일곱째 공주로 태어나지만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바리공주가 부모와 백성들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고통을 받자 병을 낫게 하는 약이 있다는 서천으로 가서 온갖 고생 끝에 생명수를 구해 그들을 살린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바리공주'가 단순히 민간설화에 머물지 않고 신화로 한 단계 올라서는 데는 바리의 험난한 여정의 이유가 분명한 목적을 가지는 것에 있다. 악귀들과 갖은 유혹을 모두 물리치고 결국 생명수를 구해 사람들을 구한다는 바리의 여정은 주제 의식이나 서사 구조에서 서구의 대표적인 영웅 신화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서구식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오디세이아>의 모험이 결국 개인적 복수와 영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바리의 여정은 '효(孝)'에서 출발하여 결국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달래고 그 넋을 구원한다는 데서 큰 차이점을 보이지만 어쨌든 둘 다 '신화'적인 요소를 차용하고 그것에 충실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황석영 작가 본인이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지만 민간 신화 혹은 설화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그의 대하소설 <장길산> 역시도 '장산곶매' 설화로 시작한다. 황석영은 <장산곶매> 희곡을 쓰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황석영은 구비문학, 기록문학 모두 작가적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다시 말해 타고난 '이야깃꾼'이다.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일종의 충격이었다), 소설의 배경이 바로 지금, 현재라는 것이다. 소설 속에선 바리의 연대기가 확실하게 기록되어 있진 않지만 이십세기가 끝나던 해가 바리의 나이 열 여섯 쯤이니 그렇다면 바리는 1983년~84生이 된다. 거의 재앙에 가까운 북한의 기근과 기근을 피해 목숨을 걸고 두만강과 대서양을 건너는 내용을 읽으면서 소설의 배경을 6.25동란 전후쯤으로 막연히 짐작했던 내 현실인식이 부끄러워졌다.
2007년 한국문단은 칙릿 유행이 휩쓰는 와중에도 간간이 꾸준하게 좋은 소설이 많이 출간되었다.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소설에 <바리데기>를 주저없이 넣는다.

소설 <바리데기>를 읽고 나니
- 설화, 탄생설화, 민간설화, 무속신화
- (新유목민) 노마드族
- 미움은 자신을 가두는 감옥
- 바리가 찾은 생명수...
등등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닌다. 그런데 아쉽게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능력의 부족이다.

완결성이 아쉽다. 소설을 다 읽었을 때 이 소설이 완결되지 않은 미완성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 이건 여운과는 별개의 얘기. 작가가 아무래도 이야기를 다 풀어놓지 않은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아마 무속신화와 관련된 또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역시 의심한다.
거의 막바지 부분에서 바리가 서천으로 가는 과정을 '환상'으로 처리한 부분을 읽을 때 왠지 몰입이 잘 안 되고 집중이 자꾸 흐트러졌는데 이것이 작가의 문제인지 독자인 나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책 뒤에 부록처럼 달려있는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중 소설에서 바리가 구한 '생명수'에 대해 묻는 마지막 질문에 작가,
「숨은그림찾기입니다. 글쎄요, 이 작품에서 생명수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바리는 그것을 찾기라도 했을까요? 이는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 될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는데 이것을 보고 노래 중간에 가사를 까먹은 가수가 마이크를 관중에게 향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건 여담...
선녀처럼 곱고 아름답고 신비한 그/ 그녀는 화장실에도 안 가는 줄 알았어요... 정도는 아니더라도, 작가의 인격에 대한 독자의 기대는 더없이 순진하고 자연발화적이다. 독자는 작가가 소설을 통해 강조하는 선(善)한 의지, 도덕적인 규범, 정의로운 질서를 작가의 인격 혹은 가치관과 동일시하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가 작가의 인품과 작가의 소설이 합일되는 그런 작가라면 독자로서는 그야말로 축복이겠다. 하지만 독자는 작가 역시 날마다 자기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되겠다. 동시에 무조건적인 우상화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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