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논리-철학논고』『조선기담』 > Review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Review
-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7650 bytes / 조회: 4,422 / ????.08.21 13:10
[도서] 『완득이』『논리-철학논고』『조선기담』




완득이
김려령 / 창비
창비 문학상을 받았다는 건 알았는데 1/3쯤 읽고서야 창비 '청소년'문학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장소설답게 기승전결이 단선적이고 교과서적이다.
성장소설인만큼 대상 연령대를 벗어나면 자칫 소설이 쉽고 만만해질 수 있겠는데 이런 부분은 청소년이라는 대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성장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 전개상)교조적 방식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굳이 기승전결을 모두 설명하는 친절이 필요한가, 라는 것. 요즘 10대는 논술세대라 상당히 똑똑하고 이해도 빠르다. 꼭 그런 것이 아니라도 대상이 어릴수록 오히려 은유와 복선을 통해 스스로 체득하는 2차적 독서 혹은 사회적 독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솝우화』나『어린왕자』등은 전 연령대가 읽지만 연령대마다 읽는 느낌이 제각각 다르다.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완득이를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들과 사회적 강자들로 이분한다. 우선 완득이는 동남아 계통의 특징이 또렷한 혼혈아이고, 신체적 장애를 가진 아버지, 베트남인 어머니,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말더듬 증세를 가진 혈연 관계는 없는 삼촌이 등장한다. 이들에 대비되는 인물군으로는 완득의 담임 동주, 같은 반 친구인 윤하가 등장하는데 담임 동주의 아버지는 비서를 대동하고 다니는 사장님이고, 윤하는 반에서 1,2등을 다투는 모범생이면서 역시 부잣집 딸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단순하고 직설적인 나누기가 미국이 자국의 영화에서 제 3세계와 유색인종을 다루는 방식, 그러니까 미국에 의한 미국식 지배의 전형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사회적 약자인 완득이네는 사회적 강자의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진보적 사상을 가진 담임 동주의 도움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간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구도에선 전개상 '대결' 아니면 '화해'로 결론을 지어야 하는데 청소년 대상 소설답게 작가는 화해를 선택한다.

이 소설을 읽고 좋았다면 혹은 반대로 부족하다고 느꼈다면『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이성과 힘) 추천. 둘 다 주제의식이나 플롯에서 제법 유사한 점을 보이지만 풀어나가는 작가의 방식과 힘의 차이만큼이나 독서 끝에 오는 감동의 무게가 사뭇 다르다.


논리-철학 논고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 이영철 옮김, 책세상
국내에도 번역된 데이비드 에드먼즈, 존 에이디노의『비트겐슈타인은 왜?』라는 책은 철학적 문제는 정말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칼 포퍼와 존재하는 것은 오직 수수께끼 뿐이라고 주장하는 비트겐슈타인 사이에 벌어진 논쟁으로 시작한다. 이 논쟁은 급기야 비트겐슈타인이 포퍼를 향해 부지깽이를 휘두르면서 당시 지식인 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데, 캠브리지 강의실에서 시작된 이때의 논란은 두 철학자의 사후까지 이어지게 된다. 비트겐슈타인이 부지깽이를 휘둘렀다고 일러바친 사람은 다름 아닌 포퍼다.
이것이 내가 제일 처음 만난 비트겐슈타인이었다. 그리고 다시, 정식으로 만난 비트겐슈타인은 예쁜 인디언핑크색 장정을 입고 나타났다.
『논리-철학 논고』의 지면은 고작 180여 페이지. 손가락 한 마디도 못 채우는 얇은 두께 속에 자리하고 있는 내용의 무게는 참으로 두껍고 무겁다. 한 줄, 한 줄은 어렵지 않다. 모르는 단어도 없다. 내가 배운 단어, 익히 알고 있는 단어들이고 게다가 단문이다. 그런데도 어렵다. 문장의 확장을 인식의 확장이 쫓아가지 못해 괴롭다. 롤랑 바르트의『텍스트의 즐거움』을 읽으면서 장정일이 그랬다는 것처럼 '아~ 아~~' 하고 황새를 쫓아가는 뱁새의 가랑이를 여실히 느낀다. 예전에 한 선배가 일기 얘기를 해 준 적이 있다. 1년 동안 쓴 일기장을 넘겨 보는데 하루 하루는 별 차이가 없더니 1월1일과 12월 31일은 다르더라는 얘기였다. 말하자면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를 가지고 왔다는 유물론적인 얘기였다.
글 한 줄, 단어 하나가 가지는 무게는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 따라 천양지차를 보인다. 대출하거나 빌려서 읽을 책이 아니다. 돈을 지불하고 책장에 꽂아놓고 인내심을 갖고 반복해서 거듭 읽어야 할 책.

* 철학은 어떤 점에선 종교보다도 더 관념적인 분야다. 그러니 이런 종류의 철학 서적은 능력이 된다면 원서로 보는 것이 오히려 이해하기가 낫다. 해당 전공자가 참 부러워지는 부분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왜?』中
이 세상에는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걸 나는 안다. 그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정말로 경험한 몇 안 되는 진실들 중의 하나이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큰 인물들은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칼 포퍼



조선기담
이한 / 청아출판사
저 아래에 이미 썼지만 조선조 사료에 남아 있는 기담과 괴담을 다룬 책이다.
환상소설, 괴/기담, 추리소설 등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어서 중독과 유사 증세를 보이게 한다.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고, 다 읽기가 바쁘게 곧장 다음 소설을 찾아서 읽게 된다. 그렇지만 열광하는 시기가 지나면 또 그 뿐, 참 재미있었지, 하는 감각은 기억하지만 예전의 광(狂)을 다시 되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요즘 서점가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등의 일본에서 건너온 추리소설이나 밀리언셀러클럽의 목록에 선뜻 손이 안 가는 이유다. 하물며 그렇게 좋아하던 스티븐 킹조차도 시들해지는 걸 보면 말 다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킬링타임용으로 이만한 장르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우습게도 책의 내용보다 책의 포장에 관한 것이다. 양장이 아닐 뿐더러 속표지가 충분히 예쁘고 훌륭한데 - 나는 오히려 속표지가 더 마음에 들었다 - 굳이 거기에 겉표지를 또 둘러야 했을까. 가히 '과대포장'의 시대라 할 만하다.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339건 16 페이지
Review 목록
번호 분류 제목 날짜
114 도서 김자야 / 내 사랑 백석 6 ??.10.18
113 도서 박경리 / 토지 2 ??.10.07
112 기타 [비밀글]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2 ??.10.06
도서 『완득이』『논리-철학논고』『조선기담』 2 ??.08.21
110 영상 동정 받는 악녀《태양의 여자》KBS2 8 ??.08.15
109 도서 만감일기 / 박노자, 인물과사상사 3 ??.08.11
108 도서 황석영 / 바리데기 ??.07.26
107 도서 정미경『나의 피투성이 연인』外 2 ??.07.20
106 도서 이 한 / 조선기담 2 ??.07.02
105 도서 박민규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 ??.05.12
104 도서 김언수 / 캐비닛 3 ??.05.12
103 도서 김연수 / 사랑이라니, 선영아 2 ??.05.12
102 도서 김연수 / 청춘의 문장들 2 ??.05.11
101 도서 속죄 Atonement, 이언 매큐언 4 ??.03.11
100 영상 주걸륜 / 말할 수 없는 비밀 6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