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사강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Review

'그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굉장히 압축적이고 함축적인 문장이다.
그렇다고 이 문장이 소설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특히 작가가 속한 배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아마도 작가가 쓰는 언어 탓인 듯.
'그는 스물다섯...'에 덧붙여,
스물다섯 살인 시몽이 사랑하는 그녀 폴은 서른아홉 살이다.

1. 책이 끝나갈 때쯤 영화 <조제, 호랑이,...>의 결말에 대해 생각했다. 조제가 왜 그렇게 사강의 소설을(<한달 후, 일년 후>) 아끼며 읽었는지, 작가의 생각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고나 할까...
2. 마지막에 오는 감동은 잘 쓴 소설의 힘이다.
3.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의 한 때. 시몽은 폴에게 그 시절을 의미하는 듯. 시몽을 떠나 보낸 것은 청춘이란 영원히 머물 수 없는 한 때임을 청춘을 지나온 서른 아홉의 그녀는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4. 읽는 내내 생각 많은 여자의 혼잣말을 듣는 기분이 든다. 읽을 땐 밋밋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묘한 울림이 있다. 썩 괜찮은 소설. 그녀의 나머지 소설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
5. 1959년 作인 만큼 대사, 상황, 에피소드 등에서 올드하고 때론 진부하게 느껴지는 소설적 장치들이 눈에 띈다. 마치 60년대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멋이 있다.

* 덧.
다나베 세이코는 그다지 깊은 인상을 못 받은 작가였는데 사강을 읽으면서 뒤늦게 그녀의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다는 변덕이 인다.


읽은 날 : 2009.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