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영화 : <아바타>外 > Review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Review
-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12889 bytes / 조회: 5,260 / ????.01.01 17:06
[영상] 12월 영화 : <아바타>外




《2012》스포일러 있습니다

재난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재난영화 중 괜찮았던 영화를 떠올려 보니 역시 손에 꼽히는 것이 없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내 기억에 재난영화 전문 감독으로 각인되어 있는데 눈이 지구를 뒤덮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물론이고 꼭 이러한 이상 기후가 아니어도 외계인(《인디펜던스데이》), 정체모를 괴물(《고질라》)이 등장하여 도시를 습격하는 다른 영화들도 시퀀스의 구성이 이상재난 영화에 가깝다.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총 15편의 영화 중 안 본 건 다섯 편이고 92년 이후 개봉작 12편 중 안 본 것은 두 편이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블록버스터급인데 이 감독의 영화는 보기 전이 본 후보다 더 재미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니까 예고편이 본편보다 더 재미있다는 얘기인데, 대표적인 영화가《유니버셜 솔져》.
근육질 사나이들인 장 끌로드 반담과 돌프 룬드그렌이 월남전에서의 기억(악연)을 봉인하고 안드로이드로 재탄생되어 대립하는 내용인데 지나치게 거창했던 설정이 시작 전부터 과부화를 일으켰는지 영화 내내 지루하더니 결국 남는 거라고는 근육질 마초 액션질 뿐이었다.
《2012》로 돌아와서, 전작 재난영화 《투모로우》보다는 내용이나 CG에서 한결 진보한 느낌이다. 《투모로우》 마지막 장면에서 "저 아빠는 그 생고생을 하면서 대체 저길 왜 간 거야?" 보면서 좀 황당했는데 《2012》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된 흐름(한가지 주제)인 '노아의 방주'라는 목표물을 충실하게 겨냥한다. 영화에서 가장 볼 만 했던 건 역시 지진이 덮친 도시 위로 비행하는 장면.
아마도 헐리우드 재난영화의 공식인 듯 이 영화 역시 재난 앞에 선 아버지(가장)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가족으로부터 밀려난 무능한 가장은 국가에 밀어닥친 재난 앞에서 갑자기 가족의 수호신으로 일대 신분 변신을 이루게 되니, 신분 변신한 남자에게 아이들의 영웅으로 거듭나고 아내의 사랑을 되찾는 것은 당연한 덤이다. 또한 《인디펜던스 데이》에 이어지는 미국 대통령의 영웅주의적 가족주의적 결단에 카메라를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자화자찬식 미담은 보는 내내 감동보다 민망함이 더 크다.

《아바타(AVATAR)》
연말 극장가의 가장 큰 화제는 역시 《아바타》인 듯 하다. 마침 집 근처 CGV에 아이맥스 상영관이 있어 별 고민 없이 예매하고 본 이 영화는 결론부터 말하면 10점 만점에 10점.
《아바타》의 주제와 관련해서 《늑대와 춤을》《미션》등이 거론되는데 《아바타》가 차용한 '식민지 정복의 역사' 클리셰가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은 사실이나 클리셰가 뻔하다고 영화가 완성해 낸 형식과 스타일을 놓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진부하다는 의미는 보편적이라는 의미도 된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진부함이 아니라 진부한 이야기를 어떻게 재활용하는가에 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로맨스는, 줄거리로 정리하면 뚜렷하게 변별이 가능한 이야기는 불과 서넛이라고 하지 않는가. 결국 오래된 클리셰의 변주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 된다.

《아바타》의 가장 큰 미덕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준다는 거다.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역사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은 늘 혁명을 가지고 왔는데 영상 쪽으로 시선을 좁혀 영화의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 보면, 뤼미에르 형제가 처음 활동사진의 시대를 연 것이 1895년이고 이후 무성영화 시대를 거쳐 1927년 마침내 유성영화 시대가 열린다.
- 최초의 유성 영화는 《재즈 싱어》인데, 신입생 때 축제 기간 중 단과대에서 열렸던 '퀴즈대회'에 나갔다가 이 문제를 틀리는 바람에 상을 놓친 아픈 기억이 있어 제대로 확실하게 기억하는 영화 중 하나다.
이후 영상산업은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다가 컴퓨터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CG라는 기술적 진보를 적극 흡수하는데 그 결과물이 이번 《아바타》가 선보인 3D 입체 영상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예전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실제로 3D 영화가 황금기를 맞았던 것은 반 세기도 더 전이지만 여러가지 한계에 부딪쳐 불과 2,3년만에 2D로 되돌아간 당시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번 《아바타》의 등장은 무엇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예전의 한계를 비약적으로 극복한 듯 보인다. 게다가 《아바타》의 영상 혁명이 가지고 올 유무형 변화에 기대를 품게 한다. 이제 영화는 《아바타》 이전과 이후의 영화로 나뉠 것이라는 찬사는 결코 과하지 않다. 여러모로 매혹적인 영화다.

전날 밤을 새고 조조로 본 이 영화는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졸면 어떡하나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고 불이 켜질 때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못 떼게 했다. 제이크 설리(남자 주인공)가 주인공답지 않게 깨방정에 지나치게 수다스럽다는 걸 제외하면 영화적으로 거의 불만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일부 진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내용 면에선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식민지 정복사'보다, 《원령공주: 모노노케 히메》 등에서 보여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공통 주제인 '자연과 환경' 문제가 더 강렬하게 와 닿았다. 구체적으로 나를 사로잡은 이야기는 외부의 침입을 받지 않은 원시림과 원주민을 약탈하려는 제국주의보다 판도라 행성속 인간과 자연의 함수관계였다. 때문에 영화의 말미 대규모 전투 씬을 볼 때도 쓰러지는 나비 족보다 쓰러진 나비 족의 위로 무너지는 판도라의 모습에 감정이 더 이입되고 몰입되었던 것 같다.

지브리 얘기가 나온 김에, 《아바타》를 얘기할 때 재패니메이션 얘기가 곧잘 등장하는데 특히 판도라 행성의 공중에 떠 있는 산을 두고 《천공의 성 라퓨타》가 심심찮게 언급되는데 사실 '라퓨타'가 제일 처음 등장한 것은 조나단 스위프트의《걸리버 여행기』(1726년作)에서다. 뿐만 아니라 책에 삽입된 삽화 '하늘을 나는 성의 나라 라퓨타'가 보여주는 이미지의 개념은 미야자키의 《천공의 성 라퓨타》,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즉 『걸리버 여행기』를 먼저 읽은 사람에게 미야자키의 '라퓨타'는 진부한 것이 되지만, 《천공의 성 라퓨타》가 처음인 사람은 '라퓨타'가 참신한 이미지가 된다.

사실 진부함이란 별 거 아니다. 이미 알고 있으면 진부한 것이고, 처음이면 참신한 것이 된다. 진부함이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을 뽑아내는 시각의 전환이 될지, 의미없이 지루한 재탕이 될지는 그것을 아우르는 사람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니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그것의 개념을 마음껏 즐기는 것도 문화를 즐기는 한 방법이겠다.

《모범시민》스포일러 있습니다
스릴러, 특히 심리 스릴러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데 막상 이 장르로 우왕 굿! 서슴없이 손가락을 치켜 들만큼 뛰어나게 재미있었던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로 얼마 안 된다. 양적으로 가장 많이 제작되었을 이 장르는 오히려 옛날 영화 중에 수작이 더 많은 것 같다.
《모범시민》 역시 무척 기대했으나 기대한 만큼 실망이 큰 영화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달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느끼는 재미와 몰입의 낙차가 매우 크다.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중반, 구체적으로 굴다리 밑에서 '옛 친구'의 블라블라 하는 장면에서부터 산으로 가는 느낌이더니 이후 바람 빠진 풍선이 공중을 나는 것처럼 영화가 종잡을 수 없어진다. 영화가 끝난 후 남는 의문 '왜?는 보통 두 종류다. 여운 아니면 찜찜함. 전자는 영화 속 여백에서 오는 감동이고, 후자는 이야기의 개연성에 대한 의문이다.
'클라이드는 복수를 하려고 한다'. 영화 전체를 통해 이해(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이것 하나.

《펠헴1,2,3》
《모범시민》이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한 영화라면 《펠헴1,2,3》은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건진 대박.
이번에 사촌동생이 왔을 때 이 영화가 보고 싶다고 하여 뒤늦게 프로젝트로 봤는데 좋아하는 감독, 좋아하는 배우의 영화인데 개봉한 것도 몰랐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
악당으로 등장하는 존 트라볼타(라이더)의 대사량이 굉장히 많은데 라이더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가 않다 보니 인물에의 몰입도가 좀 떨어지지만 가버(덴젤 워싱턴)의 역할이 그 부분을 충분히 만회한다. 썩 재미있는 영화.

《전우치》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웹상에 올라오는 반응들이 시원찮아서 조금 걱정이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혹시 안티 알바였던가 싶게 지나친 혹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재미있다. 내용은 어디에선가 본 듯 낯이 익지만 내용이 쉬우면 그만큼 화면에 몰입하기가 쉬우니 일장일단이 있다 싶다.

《전우치》의 가장 큰 미덕은 타이틀롤을 맡은 강동원. '강동원의, 강동원을 위한' 이라던 감독의 말에 어긋남이 없다. 우월한 유전자에 연기마저 뛰어나 주시니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만화책에서 쏙 집어 올린 듯 더없이 입체적이고 유기적인 전우치라는 인물을,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걸친 듯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이 배우, 원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었나 놀랍다.
반면 임수정은 뭔가 어색하다. 연기를 못 하는 것도 아닌데 배우에게 시선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배우의 장면이 길어지면 지루해진다는 것인데 한 마디로 미스캐스팅이라는 느낌. 연기도 잘 하고, 대사 발성이나 인물에서 뽑아내는 분위기 등이 강동원의 전우치랑 더없이 잘 어울림에도 불구하고 임수정이라는 배우 자체가 이 영화와 맞지 않는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배우 강동원과 영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야기와 역동적인 화면. 참, 이 영화는 조연들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이미 충분히 검증받은 김윤석은 물론이고,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신선 3인방. 이들 캐릭터는 기존의 웬만한 코믹한 인물들을 넘어 선다. 이 외에도 초랭이 유해진, 특별출연인가 했더니 비중 있는 조연이었던 염정아, 그리고 정말 특별출연이었던 백윤식까지 누구 한 사람 빼놓지 않고 그 역할이 분명하고 배우들도 제 몫을 200% 해낸다.

보는 내내 DVD가 출시되면 사야지했는데 영화의 3/4인가에서 마음이 슬쩍 바뀌었다. 이야기가 떨어졌는지 한참 속도를 낼 시점에 슬그머니 느슨해지는 지점이 있는데 아쉽다. M군은 영화가 <아라한 장풍 대작전>과 겹친다고 했는데 나는 주성치와 서유기가 연상됐다. 주성치의 서유기가 아니라 '주성치'와 '서유기'다.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168건 7 페이지
Review 목록
번호 분류 제목 날짜
78 영상 김한민 <최종병기 활> ??.08.24
77 영상 안상훈 <블라인드> ??.08.24
76 영상 알레한드로 아베나바르 <아고라> ??.08.06
75 영상 김태용 <만추> - 결말 스포 있어요 ??.02.22
74 영상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 <조선명탐정> 2 ??.02.07
73 영상 <시라노 연애조작단>, <무적자> ??.10.02
72 영상 忠-情-利의 정반합《추노》 2 ??.02.02
영상 12월 영화 : <아바타>外 2 ??.01.01
70 영상 장진 <굿모닝 프레지던트> 2 ??.10.28
69 영상 블랙코미디 상황극 <차우> 2 ??.09.27
68 영상 김해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 ??.09.04
67 영상 동정 받는 악녀《태양의 여자》KBS2 8 ??.08.15
66 영상 주걸륜 / 말할 수 없는 비밀 6 ??.03.06
65 영상 2007년에 본 영화 스무자 평 5 ??.01.24
64 영상 최근 본 영화 스무자 평 2 ??.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