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의 평전 몇 권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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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8901 bytes / 조회: 4,156 / ????.02.02 23:31
[도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평전 몇 권


1월은 츠바이크와 함께 보낸 달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다. 월 초에 지난 달 구입 목록에서 밀려난 츠바이크의 책을 도서관에서 잔뜩 짊어지고 왔는데 결국 세 권은 읽지 못하고 반납했다. 이 중『어제의 세계』는 구입해서 읽을 생각.
많은 량의 독서와 깊은 사유를 통해 인간의 심리와 타인의 삶을 통찰하는 것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츠바이크는 무엇보다도 인물에 접근하는 방식이 돋보인다. 인간 심리와 행동의 저변을 들여다보는 츠바이크의 통찰력은 언제나 놀랍고 신비하다.
나는 인물 평전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렸을 때 문학전집과 함께 재미나게 읽었던 위인전이 사실은 미사여구 일색의 미화담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서부터 재미가 없어졌다. 츠바이크의 소설은 그렇게나 좋아하면서도 그래서 늘 좋아하는 작가에 이름을 올려 놓고도 그의 평전을 읽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 것도 그런 기억 탓이다. 혹시 나처럼 안 좋은 기억 때문에 평전을 멀리 해 온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츠바이크의 평전을 시도해봐도 괜찮을 듯 하다.

읽은 책은『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메리 스튜어트』『천재광기열정1』『아메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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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광기열정1』
가장 기대했으나 가장 기대에 못 미친 책. 츠바이크의 장기인 인물 평전으로 1권은 '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니체''클라이스트'를 다룬다. 2권의 등장인물은 '발자크''디킨스''스탕달''카사노바'.
첫번째 등장인물 '톨스토이'편에서부터 쏟아지는 관념적인 문장들의 소나기에 작가님 너무 하삼!!! 내내 칭얼칭얼 하면서 겨우 읽고 결국 2권은 읽지 않고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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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정치적, 종교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타인을 유린하고 짓밟는 권력을 보면서 장면마다 구절마다 노통이 떠올라 참 가슴 아프게 읽은 책. 우리는 모두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고 내 의견이 존중받길 원하듯 다른 이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헤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와 다르니까, 내 맘에 안 드니까, 라는 이유로 상대를 제거한다면 우라사와 나오키의『몬스터』에 등장하는 괴물처럼 결국 혼자 남게 되어 누구도 내 이름을 불러 줄 이가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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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스튜어트』
사실 읽기 직전까지 엘리자베스1세의 이복자매인 '블러드 메리'의 얘기인 줄 알았지만, 메리 스튜어트는 동시대에 엘리자베스가 잉글랜드를 통치할 때 스코틀랜드를 통치했던 여왕이다. 비록 그 기간은 4-5년에 불과하지만 통치자로서가 아닌 여자로서의 삶에 더 열정적이었던 메리와 즉위식에서 '영국과 결혼했다'고 선언한 엘리자베스의 삶이 매우 대조적이다. 여러 권의 저작을 통해 인문주의 지지자임을 드러낸 츠바이크는 메리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사람의 여자로서 열정을 제대로 불태웠으니 본인은 만족스러웠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녀는 간통녀이고, 전남편 살해에 가담한 살인 공범이며, 사랑에 빠져 조국을 등한시한 직무유기의 죄를 지은 죄인임에 틀림없다. 

인문주의자 혹은 인문주의의 지지자인 츠바이크가 엘리자베스와 메리 스튜어트라는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두 여왕 중 메리 스튜어트를 선택한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츠바이크의 이런 성향은『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에서 카스텔리오를 박해한 칼빈을 다루는 태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1,2차 대전을 겪으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고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작가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메리보다 엘리자베스에게 끌린다. 츠바이크가 비열하고 저급하다고 비난하는, 엘리자베스가 메리를 감금하기로 한 선택은 (그녀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원하는 것을 스스로 얻어야 하는 사람과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삶에 대처하는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실례(實例)라고 할까...

태어나면서부터 여왕이었던 메리는 죽는 순간까지도 여왕이었다. 자신은 고귀한 혈통이라는 '자존감'은 메리의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또한 단점이다. 혹 엘리자베스에겐 없었던 메리의 이런 타고난 품성이 엘리자베스로 하여금 라이벌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을 인색하게 했던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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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고』
아마 저자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을 것이나 읽다 보면 껄껄껄 웃게 되는 장면 두엇 있다. 지동설이 천동설을 완전히 밀어낸 그 시절, 유럽인의 관심은 온통 황금과 꿀이 넘치는 지상의 낙원인 '인도에 보다 빨리 가는 길'의 개척에 쏠려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항로가 발견되던 그 시절, 가장 인정받던 항해사 콜럼버스도 큰 소리 탕탕 치고 뱃길에 오른다. 사람들이 모두 알려진 동쪽 항로로 향하던 때, 영리하게도 서쪽 항로를 선택한 콜럼버스는 오랜 항해 끝에 마침내 육지를 발견하지만 그곳은 황금도 꿀도 없는 황량한 대지일 뿐이다. 실망하여 돌아온 콜럼버스, 역시 기쁜 소식을 기다리다 실망하는 사람들. 나를 웃게 한 부분이 여기서 등장한다. 콜럼버스가 새로 발견한 대륙이 인도의 어느 한 자락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세계 지도의 크기가 확 줄어든 것이다. (아메리카)대륙 한 개가 통째로 사라졌으니 당연한 결과다. 생각보다 작은 지구의 크기에 실망한 사람들이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책은, 신대륙의 최초 발견자는 콜럼버스인데 어쩌다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이 대륙을 차지하게 되었는가 하는 해프닝의 전말을 들려준다. 내용 중 심히 공감이 갔던 부분은, '당시의 아메리카를 오늘의 아메리카와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부분. 사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땅에 누구의 이름을 붙이든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고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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