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쓴 적도 있지만 처세술에 관한 책은『탈무드』한 권이면 족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처세술 관련 책들이 서점의 베스트셀링 자리를 늘 독차지하는 것이 늘 신기하다. 유행이 되어 버린 '*** 심리학' 제목을 달고 나오는 자기 계발서 역시 마찬가지. 그러니까 심리학이 궁금하면 심리학자의 저서를 직접 읽는 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내가 벌써 오래전부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이 책을 내내 외면하다가 뒤늦게, 결국 구입까지 하게 된 것은 역시나 '파격 할인'의 영향이다. 치알디니는 자신의 책이 이러한 판매전략을 통해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아마 알겠지...
온라인 서점마다 서평 수가 가뿐하게 세 자리를 넘고, 몇 년 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고, 아류작인가 싶게 비슷한 제목의 숱한 심리학 관련 책을 양산하고 있는, 안 읽었지만 이젠 얼핏 읽은 듯 기시감이 들 정도로 낯익은 책이 정가의 반에, 요즘 오를대로 오른 웬만한 과자 가격과 맞먹는 가격에 나오면 취향과 상관없이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낯이 익은 에피소드 두 개는『스키너의 심리학 상자』『지식e』시리즈에도 등장한다.
심리기법이 가장 많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현장은 '마켓'이다. 팔려는 사람는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남기고자, 사려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고자 흥정을 벌이는데 이때 의식/무의식적으로 다양한 심리기법이 동원되는 것이다.
다음은 '일관성의 근거를 만드는 미끼 기법'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 내용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자기합리화'다.
참고로 자기합리화는 대부분의 충동 구매의 가장 강력한 적이다. 일단 판매자는 가격, 상품평, 한정 수량 등을 이용해 미끼를 던져 놓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아주 약간이라도 그 미끼에 걸려든 구매자는 그 물건을 사야만 하는, 안 사면 안 되는 '자기합리화'와 줄다리기를 벌이게 된다. 물론 이 싸움에서 백기를 드는 쪽은 거의 언제나 구매자다.
이 외에도 책 속에 등장하는 심리기법 중 주로 홈쇼핑몰 방송에서 자주 보이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도 이 물건 좋다고 인정해요(사회적 증거의 법칙), 이런 기회는 다시 안 와요(희소성 강조)'가 눈에 띈다.
최근 물건을 사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있었는데 내가 자책한 가장 큰 이유는 정보수집에 소홀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책에는 이것과 관련된 내용이 등장한다. 내용에 의하면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자신이 수집한 정보에 따라 반응하는데 컴퓨터 보급으로 네트워크를 개인이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되면서 오히려 과다한 정보가 개인의 정보 활용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즉, 정보가 너무 과다하여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특정 내용에 의지해 판단을 내리게 된다는 것인데 내가 최근에 저지른 실수의 원인이기도 하다.
어쩌겠는가. 내가 게으른 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