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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10004 bytes / 조회: 3,870 / ????.05.01 14:26
[도서] 『블링크』by 말콤 글래드웰


말콤 글래드웰의『블링크』는 제목을 부연하는 '첫 2초의 힘'에서 보여지듯 '직관적 사고'를 얘기하는 책이다. 그런 만큼 책을 펼치면 직관적 사고의 힘을 보여주는 다양한 예들이 쏟아지는데 책읽기가 재미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책에서 제시되는 많은 예들이 실제 내 주변에서도 다양한 형태로(물론 본질은 같다) 일어나고 있어 익숙하다는 것에 있다.

3장「우리는 왜 키크고 잘생긴 남자에게 반하는가」
본질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외부 요소들에 관한 얘기. 이 장은 '지극히 대통령다운 외모여서'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워렌 하딩의 얘기로 시작한다.
이 장을 읽으면서 영화《퍼시픽 하이츠》를 떠올렸는데, 영화 내용은 대충 이렇다. 은행 대출을 받아 무리를 해서 집을 산 젊은 백인 부부는 아래층 방 두 개를 세를 놓아 대출을 갚을 계획이다. 그리고 일본인 부부와 여러모로 썩 괜찮아 보이는 백인 남자(카터)를 세입자로 들이는데 이 때부터 부부에게 재앙이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세입자의 계획된 횡포로 영화적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에 등장한다.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 부부가 그곳에서 흑인 경찰과 마주치자 낭패한 기색을 하는데 이유가 있다. 그 흑인 경찰은 애초에 부부의 집에 세들기로 하였으나 뒤에 나타난 카터에게 밀려 입주를 거절당했던 것. 물론 카터가 상당한 액수의 몇 개월 치 월세 선불을 약속한 것도 있지만 부부가 카터에게 마음이 기운 것은 두 사람의 피부색과 무관하지 않다.

4장「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정보의 과잉이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방해하는 것에 관해 얘기한다. 미 국방부의 전쟁 게임 시나리오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시작하는 이 장을 나는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 역시 'C&C', 'War Craft' 등의 전략시뮬게임을 즐겼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아무래도 오락적으로 읽혔음을 부인할 수 없다. - 사실 나는 Star Craft엔 별 재미를 못 느꼈다. (나한테) 이 장르의 최고는 뭐니뭐니 해도 '워 크래프트'다.
정보과잉과 관련하여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펀드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재작년 10월에 M군을 쫓아 나도 펀드를 매수했는데 매수 시점에 대해선 M군과 나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편했으나, 매도 시점에 이르자 상황이 달라졌다. 두 사람의 의견이 전혀 달랐기 때문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M군의 판단이 옳았고, M군을 쫓아간 나는 머리 꼭대기는 아니나 귀 정도에서 매도하였으며, 덕분에 어디 가서 자랑할 정도는 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매도 시점에 관해 M군과 나의 의견이 거의 대립하다시피 달랐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보의 양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넘쳐나는 정보들로 인해 오히려 판단에 방해를 받았던 반면, M군이 판단에 활용한 정보는 겨우 두어 가지에 불과했다.
양적인 것과 질적인 것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보의 가치가 그것의 활용에 있다고 할 때, 정보의 양적 수집과 접근 용이성이 뛰어난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거르는 것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장에선 '직관적인 사고'와 관련하여 통찰력 퀴즈가 등장한다.

한 남자와 그 아들이 심각한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아버지는 죽고 아들은 응급실로 급송된다. 도착하는 순간, 당직 의사가 아이를 보고 숨이 넘어갈 듯 소리친다. "이 아이는 내 아들입니다!" 의사는 과연 누굴까? - p.166
거대한 철제 삼각뿔이 뒤집어진 채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살짝만 움직여도 삼각뿔은 넘어진다. 삼각뿔 밑에는 100달러짜리 지폐가 한 장 있다. 피라미드를 건드리지 않고 지폐를 치울 방법이 있을까? - 167

 

첫 번째 문제는 내용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이미 너무 흔하고 익숙해진 문제라 아마 읽는 순간 답을 맞춘 사람이 많을 듯 하다.

보통 이런 종류의 문제를 접하면 나는 예외없이 M군에게 '맞춰 봐'를 하는데 물론 그때마다 M군은 예외없이 얄밉도록 잘 맞춘다. 이번에도 두 번째 문제를 읽어주기가 무섭게 바로 대답이 나왔다. 직관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문제의 대답을 어렵지 않게 구할 것이다. 하지만 고백하건데 나는 분석적 사고를 선호하고 그것에 익숙한 인간인지라 답을 알기 전에도, 답을 알고 난 후에도 '그게 뭐야' 했다.
나의 '친한 사람'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들 중 머리가 가장 좋은 M군은 아이큐가 156이며 멘사회원이다. 회원은 아니지만 심심풀이 삼아 인터넷에 떠도는 멘사 시험을 풀어본 경험으로 나와 M군의 가장 큰 차이는 평면으로 펼쳐놓은 도형의 원래 모양을 이미지화하는 것에 있다. 다른 문제는 별 어려움 없이 푸는데 유독 펼쳐놓은 평면 도형만 나오면 머리 속이 뒤죽박죽 생각하기(이미지를 만들기가) 귀찮아지는 것이다. 한 번 접고, 두 번 접고... 한 네 번까지 그럭저럭 접는데 그러고선... 끝이다.

5장「원하는 것을 묻는 방법」은 록 음악을 하는 케나((Kenna Zemedkun)의 얘기로 시작한다. 이 장은 한 마디로 고정관념의 허와 실에 관한 얘기라고 할 수 있다.
M군과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M군은 직관적 사고에, 나는 분석적 사고에 익숙하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M군과 나의 사고 방식이 대립의 위치에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험에 의한 것이든,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든 이는 어디까지나 각자의 기질이 선호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 직관적 사고의 반대는 분석적 사고가 아니라 오히려 고정관념이라고 봐야 한다.
케나의 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서태지가 처음 공중파에 출연해서 '난 알아요'를 선보였을 때 심사위원들의 평은 굉장히 냉정했는데 그들이 그런 평을 내린 것은 말콤 글래드웰에 의하면 서태지의 음악이 나빠서가 아니라 낯설었기 때문이다. 낯선 것. 익숙하지 않은 것을 접했을 때 인간은 보통 당황하기 마련이다. 현역 가수이기도 했던 한 심사위원의 "시도는 좋았다고 본다'는 평이 그 상황을 잘 나타낸다.

6장「빠르게, 그러나 여백을 두어라」

 

우리 얼굴은 2개의 근육만으로도 300가지 조합이 생깁니다. 세번째 근육을 추가하면 4,000가지가 넘지요. 우리는 5개 근육까지 조합해 봤는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얼굴 형상이 1만 가지가 넘더군요."
물론 1만 가지 표정 중 대다수는 별 의미가 없다. 아이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같다. 그들은 각 작동단위들을 조합해 가면서 뭔가 의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약 3,000가지의 표정을 식별해 냈다. 동시에 사람 얼굴의 필수적인 감정 표현 목록까지 완성했다. - p.261

 

아마 미드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내가 그랬듯《Lie to me》를 떠올렸을 것 같다. 검색을 해 보니 역시 라이트만 박사는 폴 에크만을 모델로 한 인물이라고 한다.
억지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얼마 전에 CSI(뉴욕이던가)를 보던 중에 "쟤가 범인이야!" 외치고 자신있게 덧붙였다. "왜인지는 '라이투미'를 보면 알아!". 실제로 내가 지목한 인물이 범인이었다. - 사실 드라마 속 범인은 '나 범인이오!' 티를 내기 마련이라 범인이 누구인지를 맞추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스쳐가듯 취하는 표정, 행동들이 실은 일정한 패턴을 가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블링크』가 얘기하는 '직관적 사고의 힘'을 읽은 후 나의 결론은 이러하다. 정보를 다루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
다행인 건 직관적 사고도 경험이나 훈련에 의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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