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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

4935 bytes / 조회: 4,602 / ????.06.03 23:15
[도서] 『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by 나나 슈미트


고등학생 시절 나는 독일 문학과 전혜린에 한창 빠져 있었는데 그 덕분에 내겐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독일 문학에 대한 일종의 '의리'같은 것이 있다. 독일문학이라면, 일단, 무조건, 호감부터 가지고 보는 그런...
그런데 오랜만에 읽은 독일 현대 소설『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의 인상은 뭐랄까, 표지 내지에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아, 요즘 독일에선 이런 소설이 인기가 있구나, 싶었다.
여러모로 낯이 익은 제목은 내용면에서도 비슷한 제목의 여타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루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권태기에 접어든 연인이 있고, 연인의 옛 연인이 같은 도시로 이사 오고, 사랑의 고전 테마인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삼각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양념인 질투로 인해 비롯되는 갖가지 해프닝들이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는 말하자면 독일 칙릿인데, 우리 기준으로 노처녀에 해당하는 34세인 안토니아의 유쾌한 성격과 그 성격이 빚어내는 좌충우돌 해프닝이 여러모로 선배 격인 '브리짓 존스'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안토니아가 하는 고민은 '노처녀'라는 꼬리표와 상관없이 연애를 시작한 모든 여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고민이다.
여자는 남자와 연애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데 그리하여 사실상 시작부터 남자와 여자의 연애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문제는 연애의 시작이 남자에겐 사랑을 확인하는 종착역인 반면 여자에겐 사랑을 확인하는 출발역이라는 것이다. 주위에 연애를 하는 여자친구가 있어 본 사람은 다 안다. (남자친구와 이별하기 직전까지)그녀들을 무한반복으로 괴롭히는 고민이 "아무래도 그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라는 걸.

안토니아의 좀 독특한 친구 카타는 '2년 위기설'로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의 등장으로 연애에 위기를 맞은 안토니아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는데 카타의 주장처럼 연애가 호르몬만으로 정의되는 것이라면, 그러니까 이론대로 되는 것이라면 인류사의 가장 오랜 이벤트일 '연애'가 얼마나 간단해지겠는가.

소설을 통해 나를 가장 웃겼던 인물은 바로 '흥분한 청소 닭' 카타다. 물론 안토니아의 시니컬한 혼잣말도 재미있다. 서사보다는 사건 중심인데다 화자가 1인칭이라 소설을 다 읽고 나면 한바탕 재미있는 수다를 듣고 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원제가 궁금해서 확인하니 '누구 하나 울 때까지'다. 원래 제목이 훨씬 좋은데 왜 제목을 바꿨을까 아쉽다.


덧. 이 책을 제목을 보니 떠오르는 몇 달 전 일.
어느 사이트의 베스트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에 '읽어볼만 한 책'이라는 문구에 현혹되어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더랬다.
그런데 분명히 '대출가능'인 걸 확인하고 갔는데도 책이 제 자리에 없는 것이다. 도서관 컴퓨터로 검색을 해봐도 여전히 '대출가능'이 뜬다. 그렇다면 누군가 엉뚱한 자리에 꽂아 놓았거나 어딘가에 앉아서 읽고 있다는 얘기인데, 성질 급한 나는 결국 '내 이 책을 기어이 읽고 말겠다!!!' 결의를 다지며 서점으로 갔다.
그런데 해당 분류 코너에서 아무리 찾아도 책이 없다. 지나가던 직원이 "무슨 책을 찾으세요?" 묻는 걸 "제가 찾아볼게요 ^^" 하고 다시 책장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역시 책이 없다. 결국 고민 끝에 메모지에 책 제목을 적은 다음 계산대로 가서 내밀고 말했다. "이 책 있는지 확인 좀 해주세요." 아까 무슨 책 찾느냐고 묻던 바로 그 직원이 내 메모를 보더니 순간 핏- 웃는다. 그러곤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굳이 소리까지 내서 제목을 읽는다. "내.남.자.가.바.람.났.다."
"저기요, 내 남자가 바람나서 그 책 찾는 거 아니거든요?" 설명할 수도 없고...
결국 서점에 책이 없는 관계로 책도 못사고, 쓸데 없는 오해만 사고 집에 온 안 좋은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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